화학적·광학적·물리적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같은 랩그로운
세계 1위 다이아몬드 브랜드도 만들어
첨단 형광 장비, 합성·천연 다이아몬드 판별기로만 판별가능
천연 다이아몬드와 달리 재판매 어려워

드비어스(De Beers) 공식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드비어스(De Beers)
드비어스(De Beers) 공식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드비어스(De Beers)

“이 다이아몬드 제품은 왜 이렇게 저렴해요? 다른 다이아몬드 제품과 무엇이 다른가요?”

서울 지역 내 백화점 안에 위치한 한 주얼리 숍에서 한 50대 중년 여성이 물었다. 직원이 답했다.

“실험실에서 자랐는지, 자연에서 자랐는지만 달라요.”

중년 여성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그러면 천연은 아니네요?”

중년 여성은 결국 구매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같은 다이아몬드인데 ‘천연’ 다이아몬드가 아니고, ‘진짜’ 다이아몬드라고 하니 의구심이 생겼다.

 라이트 박스 (Lightbox)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라이트박스(Lightbox)
 라이트박스 (Lightbox)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라이트박스(Lightbox)

랩그로운(Lab-grown) 다이아몬드(Diamond)는 단어 그대로 ‘실험실에서 자란’ 합성 다이아몬드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지속 가능한 광물로 소개되면서 천연 다이아몬드 대체재로 떠오르기도 했다.

모 백화점 관계자는 “천연 다이아몬드 제품과 비교해 30~40% 가격이 저렴하고, 채굴 과정이 없다는 장점으로 MZ 사이에 인기”라고 설명했다. 인터넷몰에서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기획전을 열고 있다.

국내에선 작년 하반기부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제품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중장년층보다는 MZ세대에서 인기다. 국내 백화점업계에서는 2022년 하반기부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팝업스토어를 시작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브랜드들이 백화점 매장을 열었다.

전 세계적으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세계 1위 다이아몬드 브랜드인 ‘드비어스(De Beers)’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브랜드도 론칭하면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현재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시장 점유율은 6%까지 높아졌다. AP통신 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판매량은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미국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는 합성 다이아몬드의 전 세계 보급률이 2021년까지 8%대로 증가했으며, 2025년까지 13.8%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도 맨눈으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여성신문이 천연 다이아몬드와 차이를 분석했다. 

차이 1 : 자란 곳이 다르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화학적·광학적·물리적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같다. 천연 다이아몬드와는 자연에서 만들어졌는지, 실험실(lab)에서 키워졌는지(grown)의 차이밖에 없다. 

차이는 만들어지는 ‘시간’과 ‘공간’에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가 지표 수백km 지하 맨틀에서 수억 년의 시간을 압축해 만들어지는 데에 비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 씨앗에 메탄가스와 아르곤 산소 등을 주입해 원석을 키운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고온고압법(HPHT)은 천연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질 때와 같은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준다. 화학기상증착법(CVD)은 탄소를 필름 형태로 쌓아 천연 다이아몬드와 같은 결정구조를 만든다.  

이 때문에 천연인지 아닌지는 맨눈으로 구분할 수 없다. 첨단 형광 장비, 합성·천연 다이아몬드 판별기로만 판별할 수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육안으로는 구별하기 어렵고, 전문 장비를 이용해 판별할 수 있다. ⓒ김민정 기자
천연 다이아몬드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육안으로는 구별하기 어렵고, 전문 장비를 이용해 판별할 수 있다. ⓒ김민정 기자

차이 2 : 재판매 여부가 다르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시장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지금보다 가격이 고가여서 매입해 중고 랩그로운을 사겠다고 나서는 업체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기술 발전으로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보다 가격이 하락하면서 중고 수요가 사라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재 국내 예물 시장에서 5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수요가 많아졌다지만, 지난해 하반기 1캐럿을 기준으로 300만원 정도이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가격은 70만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다이아몬드 업계에서는 기술의 발달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가격은 점차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국다이아몬드센터 서울 종로점 관계자는 “천연 다이아몬드 IF(Internally Flawless) 등급 1캐럿(carat)은 약 1500만원이고,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가격이 10분의 1 정도”라고 말했다. 

천연 다이아몬드 업계에서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에 대해서 보석으로서 가치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희소성’을 가진 보석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중고 시장에서 매입가의 70~80%에 팔 수 있지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팔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되팔 때 ‘매입가’가 없다.

여전히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d Is Forever)’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액세서리’에 가깝다. 희소성이 떨어져 귀중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격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여서 교환가치가 낮다.  희소성을 생각하면 천연 다이아몬드 제품을 구매하는 게 낫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화학적·광학적·물리적으로 같다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다이아몬드 업계에 등장하면서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지만 천연 다이아몬드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이 함께  공존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드비어스는 1947년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d Is Forever)’는 광고로 다이아몬드를 ‘보석의 왕’으로 만들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등장으로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지만, 귀중품으로 가치는 여전히 천연 다이아몬드에 있다. 

한국다이아몬드센터 서울 종로점 관계자가 천연 다이아몬드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1캐럿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사진 왼쪽)와 천연 다이아몬드 1캐럿. ⓒ김민정 기자
한국다이아몬드센터 서울 종로점 관계자가 천연 다이아몬드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1캐럿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사진 왼쪽)와 천연 다이아몬드 1캐럿. ⓒ김민정 기자

천연 다이아몬드 씨앗, 친환경으로 채굴됐다는 보장 없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채굴 과정에서 탄소 배출은 적지만 100% 친환경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 보고서에 따르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자연환경에 7배 영향을 덜미치고,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토양오염이나 탄소 배출은 거의 없고 1캐럿당 약 18리터(L)가량의 물을 소비한다.

일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제조 회사에서는 모든 제조 공정에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탄소 배출권을 구매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친환경’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제조 과정이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2021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친환경으로 포장한 8개 업체에 경고장을 보냈다. 천연 다이아몬드 씨앗 자체가 친환경·윤리적으로 채굴됐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이아몬드 생산자 협회(Diamond Producers Association, DPA)가 의뢰하고 S&P 글로벌의 일부인 트루코스트(Trucost ESG Analysis)가 진행한 연구에서는 DPA가 속한 기업이 2016년에 생산한 다이아몬드 나석이 1캐럿당 평균 160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합성 다이아몬드 나석이 1캐럿당 평균 511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데에 비해 적은 배출량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