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은 그의 작품 안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며, 일상에서 놓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선사한다. 그 중심에 가방이 있다. 차민영의 작업에서 보편적인 사물은 특별한 의미를 얻는다. 단순한 그것의 용도를 넘어서 개개인의 삶과 우주가 펼쳐진다.
그의 작품은 여성 작가로서의 시각을 담고 있어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가방이라는 소재가 여성의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삶의 여러 측면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차민영의 작품은 다양한 경험과 정체성을 표현하고, 여성의 시선과 경험을 담아냈기에 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의 작품 속에는 취향과 생각, 감정, 그리고 여정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품 속 물건이나 내용물은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차민영은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방을 작업의 중심에 두되, 같은 지점에 머무르지 않고 작업을 확장하고자 했다. 그의 작품은 운동성을 지니며 생장과 변화를 거듭한다. 마치 세포가 분열하고 증식하는 것 같다.
그가 작품을 위해 모은 자료와 이미지, 작업 과정을 담은 사진과 영상은 아름다움을 지닌 조형미로 변화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작품이 완성된 후 소멸한다. 이러한 작업은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전하며 먼 미래 지구의 자전축이 변화함에 따라 인간이 더 이상 지구에 머물 수 없게 된 상황을 가정한다. 차민영의 작품을 단순한 미술 작품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 안에는 사회적, 정신적, 철학적인 측면을 탐구하는 복합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를 통해 그의 작품은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과 고찰을 제공한다.
특히 ‘탐사선 23호-B’ 작품은 지구의 빙하 풍경을 보여주는 원형 창을 통해 우리에게 미래의 상상을 전달한다. 차민영은 개인의 우주를 담은 공간을 창조한다. 작품의 과정과 소재는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화하며, 미래에 대한 상징적 경고와 함께 그리움과 향수를 전달한다. 이 모든 것은 미결정의 모호함을 지닌 채 앞으로의 발전과 변화에 대한 기대를 안겨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