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8…여야 대진표 마무리
지역구 공천·비례서 여성 몫 줄어
여성 의원 비율, OECD 평균 33.9%
한국은 17대부터 10%대 머물러
4·10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대진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역구 후보는 물론 위성정당 비례대표 후보에서조차 여성은 보이지 않는다.
주요 양당 지역구 여성 후보를 살펴보면 12일 기준 국민의힘은 전체 239명 중 28명(11%), 민주당은 217명 중 40명(18%)에 불과하다. 그동안 ‘여성 후보 전진 배치’를 강조해 온 주요 거대양당의 행보에 위배되는 상황이다. ‘정당이 지역구 후보를 추천할 때 전체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제47조 제4항 조항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위성정당 비례대표조차 여성이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야권 비례연합 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은 비례대표 30명 중 여성 후보에 13명(43.33%)을 내세웠다.
더불어민주연합은 △민주당 20명 △진보당·새진보연합 3명 △연합정치시민회의(국민후보) 4명 등 총 30명을 추천한다. 민주당은 12일 비례대표 후보 20명을 선발했지만 여성 몫으론 강경윤 민주당 여성국 국장이 유일하다. 장애인 비례대표 후보 또한 전무하다. 시민사회 몫 국민후보인 여성 비례후보 1·2번은 이날 모두 사퇴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국민후보를 첫 순서에 넣고 여성을 우선 배치한다는 원칙에 따라 비례대표 1번에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을 확정했지만 반미 활동 논란으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여성 2번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부회장도 이념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이 밖에 새진보연합은 용혜인 상임선대위원장을, 진보당은 장진숙 진보당 공동대표·손솔 당 수석대변인 등을 후보로 선정했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비례대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6일간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받은 결과, 남성 331명(62.5%), 여성 199명(37.5%) 등 530명이 공천을 신청했다고 10일 밝혔다. 당은 12일부터 14일까지 비례대표 후보 면접 심사를 통해 후보자를 선출한다.
전문가들은 제22대 총선이 지난 제21대보다 여성대표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명 전 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는 “현재 각 당에서 공천받은 여성 후보들이 그대로 당선되면 지난 총선만큼 나올 것 같은데 이들이 100% 당선될 보장이 없다”며 “지난 21대 총선보다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밝혔다.
김미진 한국여성의정 사업국장도 “(21대와) 비슷하면 비슷했지 여성 대표성이 올라가진 않을 것 같다”며 “정치권에 여성 이슈가 전혀 없고 그나마 민주당에서도 여성운동가 출신이나 여성을 대표할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17대 총선 때 ‘여성 정치 대전환’이라고 했지만 20년이 흐른 지금 아무 진전이 없다”며 “여전히 10%대에 머무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계 인사는 “여성 후보 신청부터 30%에 못 미친다”며 “이는 여전히 정치가 여성에게 높은 진입장벽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라면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이 여성 후보를 앞순위에 배치한 것처럼 파격적인 행보는 없을 것”이라며 “각 당의 공천관리위원회·선거관리위원회나 여성단체 등 그 어느 곳에서도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담론이 나오지 않아 암담하다”고 말했다.
반면 권수현 경상대 조교수는 “아직 공천 확정이 완전히 끝나진 않아서 제21대 여성 국회의원 비율인 19%보다 저조할 것이라고 확정 지을 순 없다”며 “물론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직전에 여성 의원 증가는 어렵다는 예상이 많았는데 결과는 달랐다”고 설명했다.
한 자릿수였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야 비로소 10%대를 넘어섰다. 17대 국회를 살펴보면 전체 선출 의석 299명 중 여성은 39명으로 13%였다. 21대 국회는 300명 중 57명으로 19%다. 6%포인트 상승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3.9%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전현직 중진 의원들과 정치신인들은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여성 최초로 6선에 도전하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 후보로 경기 하남갑에 공천받았다. 추 전 장관이 6선을 하면 헌정사상 여성 최다선 의원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나경원 전 의원은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 동작을에서 5선에 도전한다. ‘경기 고양갑’ 심상정 녹색정의당 원내대표와 ‘경기 부천병’ 김상희 민주당 의원도 5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공천에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을 누른 이혜훈 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영등포갑에 공천된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4선에 도전한다.
비례의원 후보들 가운데에선 분야별로 전문성이 높은 여성 인재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요 양당의 여성 총선 인재의 직업군을 살펴보면 과학계 인사(5명)와 법조인(3명)이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언론인(2명), 환경기후전문가(2명), 교사(2명), 국방안보 인사(1명), 경찰(1명) 등이었다.
주요 거대양당 영입인재 공통점 중 눈에 띄는 변화는 ‘기후와 교육’ 인사의 영입이었다. 국민의힘에선 ‘기후변화대응·교육’ 부문에 김소희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환경)과 김효은 전 EBSi 영어강사(교육)을, 민주당에선 1호 영입인재로 박지혜 기후 환경 전문 변호사와 12호 백승아 전 교사를 영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