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 아시아 태평양 여성, 법 그리고 발전(APWLD) 참관기 1.

 

We are Feminist 참가 단체 모습.
We are Feminist 참가 단체 모습.

필자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이화여대에서 진행된 EGEP(Ewha Global Empowerment Program)에 참여하며 아시아 여성 운동가들을 만났다. 그곳에서 만났던 인도네시아 활동가와 또다시 연결되며 유엔 산하 ‘아시아 태평양 여성, 법 그리고 발전’(APWLD, Asia Pacific Forum on Women, Law and Development) 훈련에 참여하게 됐다.

아시아 여성들은 가장 착취당하고, 차별당하는 존재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서구 여성 운동가들도 아시아 여성들이 가족에 묶이고 자신들을 희생하며 살아간다고 하며 그들을 해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전경제학자 자야티 고시(인도 자와할랄네루 대학)는 세계 자본주의는 아시아 여성 노동에 기반해 있다고 비판한다. 아시아 여성들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저임금 노동 착취가 자본주의를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철학자 산드라 하딩은 주장한다. 가장 차별받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강한 객관성을 가졌다. 아시아 여성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열쇠를 가졌다는 말이 아닐까?

지난 12월 11~11일 태국 치앙마이에서 유엔 산하의 ‘아시아 태평양 여성, 법 그리고 발전’(APWLD) 단체가 ‘디지털화 시대의 여성 노동자, 여성노동권 증진을 위한 페미니스트 참여 행동 연구훈련(Feminist Participatory Action Rearch, 이하 FPAR)를 개최했다.

우리나라의 한국노총 산하 가사노동돌봄유니온의 송미령 사무국장과 젊은 연구자 고태은(인권테트워크 바람 운영위원)이 참여했고 필자는 통역으로 동행했다.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쉴 틈 없는 훈련이 진행되었고, 여독이 풀리면서 그곳에서 이야기된 이론과 방법 등을 기록에 남겨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테크놀로지, 디지털 그리고 여성

기술발전은 인류의 문명을 변화시켰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Shulamith Firestone)은 임신, 출산 양육 등 재생산 문제가 여성억압의 근본 원인이니 재생산 기술의 발전된다면 여성들이 해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재생산 기술이 발전하며 여성들은 해방되었을까? 우리나라 뿐 아니라 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재생산 기술을 이용해 아들을 낳으려고 수많은 여아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어갔다. 대리모 산업은 서구 중산층 커플들을 재생산 노동에서 벗어나게 했지만, 인도 네팔 등지의 가난한 여성들은 경제적 궁핍으로 자궁까지 자본주의 시장에서 거래해야 했다. 구글 베이비를 연구한 조스나굽타 교수(전 네델란드 유트리히트대학)는 자본이 주도하는 구글베이비는 성매매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한다. 중립적일 것처럼 보이는 기술이 누군가를 착취한 것이다.

개별 토론하는 참가자들.
개별 토론하는 참가자들.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멀리 떨어진 사람과 화상 회의를 하고, 원격의료 서비스가 가능하며, 플랫폼으로 배달도 하고, 택시도 부르고, 외국에 있는 호텔도 예약한다. 유토피아적 편리함이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듯하다. 디지털화가 모두에게 유리한 걸까? 자동화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일단 플랫폼에 적응하기 시작한 기업과 고객들은 값싸고 편리한 이용을 찾는다. 개인들이 접속한 플랫폼 안에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노조 설립이 어렵다. 우리나라 어느 배달 노동자는 하루에 150회의 배달을 하고,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인센티브가 붙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며 늦은 밤까지 일한다.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며 노동자들은 권리를 잃게 된다. 독일의 한 회사는 아시아 지역에 플랫폼을 설치해, 노동자들과 고객을 연결하는 수수료 만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다.

APWLD는 코로나 이후 급박하게 진행되는 디지털화가 여성노동자에게 끼친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서 닷새 동안 노동자 당사자 그리고 젊은 연구자들을 함께 모아 연구 훈련을 진행했다.

방글라데시(의류산업과 여성노동), 캄보디아(디지털화시대의 노동조합과 여성) 필리핀(디지털 시대의 간호사 경험), 인도(기술이 여성건설노동자에게 끼친 영향), 한국( 디지털화와 가사노동자), 필리핀(디지털화와 노동권 침해: 자동화, 디지털감시가 노동자에게 끼친 영향), 태국(여성 배달노동자의 권리) 등의 주제로 7국가 8개 단체가 참여하였다. 이들은 페미니스트 참여 행동연구(Feminist Paricipatory Action Research, 이하 FPAR) 에 입각해 향후 16개월에 걸쳐 연구를 진행하고 각 나라의 국가 보고서를 작성할 것이다. 자본가들의 편에서 운용되는 디지털화가 어떻게 여성 노동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증거에 기반해 연구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훈련에 참여하며 배웠던 아시아 여성억압을 분석하는 억압 시스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실용적 변화 이론 그리고 이러한 이론들을 설명하기 위해 진행된 다양한 활동들을 7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 최형미 여성학자. 감리교 신학대학 객원교수, 차별너머 공동대표. 차이, 다양성, 교차성의 정치학, 아시아 페미니즘, 에코페미니즘 등을 연구하고 있다.
필자 최형미 여성학자. 감리교 신학대학 객원교수, 차별너머 공동대표. 차이, 다양성, 교차성의 정치학, 아시아 페미니즘, 에코페미니즘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