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 보고서 폐기 요구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앞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차별과 돌봄서비스 시장화 부추기는 한국은행 규탄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신다인 기자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앞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차별과 돌봄서비스 시장화 부추기는 한국은행 규탄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신다인 기자

돌봄 서비스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고 제안한 한국은행 보고서가 반인권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성·시민·노동단체들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사과와 보고서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민우회와 양대 노총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시민연대)'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은행 보고서가 “심각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돌봄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돌봄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에게 돌봄의 부담을 전가해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는 방안은 폐기해야 마땅하다”며 보고서 폐기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한국은행에 전달했다.

5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업종에 돌봄 서비스를 추가하고, 해당 업종의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어 6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신중한 한국은행이 이런 의견을 낸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시급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찬성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논란이 불거졌다.

시민단체들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국제노동기구(ILO) ‘차별대우 금지협약’을 위배한다고 비판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이 한국은행 직원에게 진정서를 전달하고 있다. ⓒ신다인 기자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이 한국은행 직원에게 진정서를 전달하고 있다. ⓒ신다인 기자

최연희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OECD 회원국 중 내국인과 외국인의 최저임금을 다른 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돌봄 노동자들의 부족 현상은 돌봄 노동자들의 저임금, 고용불안, 성희롱 문제를 비롯한 열악한 근로환경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발표한 방문돌봄노동자 임금명세서 분석에 따르면, 방문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월급은 각각 125만원, 156만원이었다.

또한 5일 발간된 ‘2022-2023 장기요양요원 노동·성희롱상담 사례집’에 따르면 돌봄노동자 성희롱 피해사례는 총 57건으로, 건강보험공단에서 전국 종사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고충상담에 접수되는 성희롱 사례(연평균 15건)의 3.8배에 달한다.

전호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부가 돌봄서비스를 민간기관에 맡기고 돌봄일자리의 질이 끊임없이 하락했다”며 한국은행의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은 “돌봄 인력난 수준의 위기가 아닌 사회적 돌봄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재도 값싸게 쓰다가 버리는 일회용품 취급, 일만 하는 기계 취급, 권리 없는 노예 취급을 하고 있는데 더 심한 고통을 당하라는 것이냐"며 "한국은행이 국가 이익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돌봄 이주노동자를 희생시키고 차별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육아 부담을 줄여 저출생 문제를 대응한다는 취지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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