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신영씨. ⓒKBS 캡쳐
방송인 김신영씨. ⓒKBS 캡쳐

‘최연소’, ‘최초 여성 MC’란 변화의 상징이 ‘어린 여자 MC’라는 낙인으로 바뀌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년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오랜 역사를 지닌 <전국노래자랑>(KBS)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리라 촉망받던 MC는 한순간 프로그램 위기의 원흉으로 지탄받으며 갑작스레 하차를 통보받고 마지막 방송 녹화까지 마쳤다. 이러한 ‘손바닥 뒤집기’식의 방송사의 행태가 은밀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대놓고 그리고 윗선의 일방적인 통보로 벌어졌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 논란을 바라보면서 자연스레 경력 20년이 넘는 40대의 여성이 어리다는 이유로 물러나야한다면, 50대 여성은 괜찮은가? 그렇다면 과연 어리지 않은 여성의 기준은 무엇인가?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과 방송 진행 경력을 쌓아올린 그녀의 자격이 의심받는다면 그 구체적인 자격 기준은 어떠한 것인가, 대체 얼마나 나이를 먹고, 경력을 쌓아야 ‘어린 여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란 의문들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김신영의 갑작스런 하차

미디어 생태계가 OTT(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여성 MC를 내세운 토크쇼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상황에서 여성 MC 배제를 당당하게 진행한 KBS의 선택은 현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인 지상파와 뉴미디어인 OTT의 간극을 넓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여성 단독 MC를 내세운 토크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재재라는 연반인을 앞세워 큰 히트를 기록한 <문명특급>을 필두로, 술방의 전성기를 이끈 이영지의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을 비롯하여, 아이유, 장도연, 이소라, 소유, 조현아, 안소희 등 유명 연예인들을 MC로 내세운 단독 토크쇼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여성 MC들이 게스트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출연자를 빛나게 한다는 점에서 셀럽 중심의 공감형 토크쇼라는 점은 유사하다. 여성 MC들은 매끄러운 진행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처음에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수많은 인기 스타들을 섭외하지만, 점차 유명세를 얻으며 영화나 드라마 등의 홍보를 위한 인기 스타들의 프로그램 출연이 잇따르고 있다. OTT에서의 여성 단독 토크쇼의 양적 성장세와 경쟁력이 증명되는 시점인 것이다.   

사진제공=SBS 문명특급
사진제공=SBS 문명특급

과거에도 여성 MC들은 있어왔지만 상대적으로 보조적 위치에 머무르곤 했다. 남성 MC와 함께 2인 체제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여성 MC는 남성 MC의 옆자리에서 멘트를 덧붙이고 리액션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기에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이후 지상파는 가뭄에 콩나듯 여성을 단독으로 내세운 토크쇼들을 간헐적으로 선보였다. <김혜수의 플러스 유>, <이승연의 세이 세이 세이>, 고현정의 <고쇼> 등이었다. 이들 토크쇼의 공통점은 당당한 이미지를 지닌 아름다운 인기 배우들이라는 점이다.  

‘가뭄에 콩나듯’ 여성 MC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여성 예능인들이 프로그램의 단독 MC로 활약하는 것은 여의치 않다. 이렇듯 여성 예능인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던 순간, 지금까지 회자되는 성공신화가 탄생한다. 바로 팟캐스트라는 뉴미디어에서 블루오션을 찾아낸 송은이와 김숙의 활약상이며, 이들은 팟캐스트의 인기를 발판으로 재기한다. 어느덧 송은이 씨는 기획사를 운영하고, 김숙 씨는 대상을 타면서 각각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성공은 기존 미디어보다는 새로운 미디어에서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한 여세가 앞서 언급한 여성 MC들이 진행하는 토크쇼들의 런칭에서 이어지고 있다. 

방송인 김신영씨. ⓒKBS 캡쳐
방송인 김신영씨. ⓒKBS 캡쳐

다시 이야기를 되돌려 <전국노래자랑>이 주시청층을 내세워 김신영이란 MC를 하차시킨 방송사의 선택은 갈수록 시청자들의 나이가 들어가는 방송사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를 타개할 방법으로 새로운 변화를 택하기보단 익숙한 것으로의 회귀라는 복고적인 방법에 의존함도 여실히 보여준다. 당장 고정 시청층의 확보라는 면에서는 안정적인 선택이나, 젊은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OTT와의 차이가 부각되면서 미래 시청자 확보에 어려움이 더욱 커지리라 예상된다.

시즌제로 운영되는 <더 시즌>(KBS)의 4번째 시즌을 이끈 이효리 씨의 하차가 결정되었다는 보도가 잇따르며. 다음 MC가 누구일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 시즌제로 운영되었기에 줄곧 MC가 바뀌었지만, 뒤숭숭한 시기와 맞물려 KBS가 어리지 않은 남성을 MC로 선택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갑작스런 하차로 고된 마음앓이를 겪을 김신영 씨가 방송사의 ‘손바닥 뒤집는’ 행태에 굴하지 말고, ‘흙먼지를 날리며 멋지게 재기하여’ 또 다른 성공신회를 쓰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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