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La Liberté guidant le peuple), 1830,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La Liberté guidant le peuple), 1830,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이 그림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1830년 왕정을 다시 복구하려는 샤를 10세의 계획에 반대해 파리 시민들이 일으킨 혁명을 그렸다. 계급사회와 왕권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평등과 자유에 대한 열망을 그린 이 그림은 오늘날에도 자유의 상징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림 가운데 있는 자유의 여신은 사회적 불의와 구속에 저항하고 민중을 정의와 자유로 이끌고 있다. 저절로 획득된 자유가 아니라 많은 고통과 아픔을 치르고 얻은 것이다.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이 그림을 여성학적 시각에서 해석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림 속 여성은 프랑스 혁명의 구호 중 하나인 ‘자유’를 상징한다. 혁명 이후 자녀로 상징되는 프랑스 공화국을 보호하는 ‘프랑스 국모’ 마리안느로도 볼 수 있다. 

국모라고 해서 모성성이 강조되기만 하는 건 아니다. 자유와 사회정의를 위해 민중을 이끄는 이 자유의 여신은 불평등, 차별, 구속으로부터의 여성 해방을 위해서도 호소하는 듯하다. 그림 중앙에 가슴을 드러낸 여성의 이미지는 여성들을 억압하고 구속하는 다양한 차별적인 것들로부터의 해방과 여성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매우 강력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 

세계여성의 날은 1975년 유엔(UN)에 의해 공식적으로 제정됐지만 1908년 이미 여성 노동자를 위한 여성운동이 시작돼 오늘날 여성 평등과 자유의 기반이 됐다. 100여 년간 많은 여성 운동가와 페미니스트들이 성평등에 기반한 여성 참정권, 자유권,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을 위해 혁명과도 같은 활동을 펼쳐 왔다. 덕분에 성차별의 폭도 좁아지고 성평등의 길로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개인의 자유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자유에 반드시 따르는 책임 의식에 대한 인식은 부족해 보인다. 자유가 방종으로 변질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자유에 따르는 각자의 책임을 성숙한 자세로 함께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진정한 자유는 타인을 방해하지 않고 사회정의를 이루어가는 책임 의식이 동반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발휘된다는 것을 이 그림이 은밀하지만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은주 사회학자·작가 ⓒ이은주씨 제공
이은주 사회학자·작가 ⓒ이은주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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