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여성운동상에 고숙희 여성장애인인권활동가
성평등 디딤돌에 김현진·조수연·신은미·김진주·이동환
성평등 걸림돌에 X·이장우·오세훈·김태흠·넥슽코리아·정규헌·전남경찰청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전국 각지의 여성들이 ‘한국여성대회’가 열린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모여 “여성 주권자의 힘으로 가자,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라”고 외쳤다. ⓒ박상혁 기자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전국 각지의 여성들이 ‘한국여성대회’가 열린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모여 “여성 주권자의 힘으로 가자,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라”고 외쳤다. ⓒ박상혁 기자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전국 각지의 여성들이 ‘한국여성대회’가 열린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모여 “여성 주권자의 힘으로 가자,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라”고 외쳤다.

제39회를 맞은 이번 여성대회는 20여개 부스와 더불어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자는 의미를 담은 3·8 여성선언, 아프리칸댄스컴퍼니 ‘따그’와 416합창단의 공연 및 참가자 전원이 함께하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했다.

퍼포먼스 이후 대회를 주최한 한국여성연합은 한국사회의 성평등 발전을 저해한 올해의 ‘성평등 걸림돌’에 △X(옛 트위터코리아) △이장우 대전광역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넥슨코리아 △정규헌 경남도의원 △전남경찰청 등 7곳을 선정했다.

주최 측과 참가자들은 성평등 걸림돌 단체들에 규탄의 목소리와 함께 함께 그들에 성차별 행태를 반성하고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올해의 여성운동상’ 심사위원회는 올해 여성운동가 중 가장 큰 인상을 남긴 인물로 고숙희 여성장애인인권활동가를 선정했다. ⓒ박상혁 기자
‘올해의 여성운동상’ 심사위원회는 올해 여성운동가 중 가장 큰 인상을 남긴 인물로 고숙희 여성장애인인권활동가를 선정했다. ⓒ박상혁 기자

한편, ‘올해의 여성운동상’ 심사위원회는 올해 여성운동가 중 가장 큰 인상을 남긴 인물로 고숙희 여성장애인인권활동가를 선정했다.

고 활동가는 2014년부터 8년간 연대체와 소속단체 대표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다 2021년 피해사실을 공론화하며 장애인권운동계의 성찰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조직 내 성인지감수성 향상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 운영과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등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고 활동가는 “연대자들의 도움으로 성폭력 가해자들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가해자 고소 후 해고를 당한 상실감, 단체 동료들과 언론의 2차 가해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제가 성폭력을 당한 것은 진짜니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겠다. 앞으로도 단단히 버티고 살아내겠다”고 다짐했다.

김씨는 제39회 한국여성대회에서 대독을 통해 “여러분들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만큼 내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범죄 피해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박상혁 기자
김씨는 제39회 한국여성대회에서 대독을 통해 “여러분들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만큼 내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범죄 피해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박상혁 기자

한국사회의 성평등 발전에 기여한 ‘성평등 디딤돌’은 김현진·조수연·신은미·김진주·이동환 목사 등 5인이 선정됐다.

김진주씨는 집 앞 공동현관 앞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가격을 당한 ‘부산 돌려치기’ 사건 피해자로 형사사건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의 재판기록을 열람할 수 없다는 문제를 짚어내 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이끌어냈다. 자신과 같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를 지원하고 연대하는 모임을 만들고, 피해생존자로서의 소회를 담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김씨는 대독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함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일념 하나로 각종 인터뷰와 시사 프로그램 출연에 응했고, 어느 순간 국회에 목소리가 닿았다”며 “여러분들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만큼 내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범죄 피해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김현진씨는 미성년 시기 시인 박진성에 의해 성희롱 피해를 입은 사실을 자신의 SNS에 ‘#문단_내_성폭력’으로 고발했다. 가해자가 ‘꼼수’ 소송전략으로 활용한 형상공탁제도의 한계를 널리 알렸고 ‘무고’프레이밍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다.

김씨는 대독을 통해 “성희롱을 처음 당했던 고등학생 때부터 마지막 선고까지 7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성범죄 피해를 말하기 전까지만 해도 고립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른 성폭행 피해자의 피해 고발에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았고, 저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성범죄 피해 사실을 말하고 기나긴 싸움이 시작됐지만, 마침내 우리가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저 같은 피해자들이 일상을 살아갈 용기를 가지고 각자의 삶을 지켜나가는 하나의 선례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동환 목사는 제39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오늘 주신 응원의 마음 깊이 담고 작은 디딤돌 하나 놓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상혁 기자
이동환 목사는 제39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오늘 주신 응원의 마음 깊이 담고 작은 디딤돌 하나 놓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상혁 기자

이동환 목사는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목사 자격 정지는 물론 감리교인 자격을 박탈당하며 교회에서 퇴출당했다. 그럼에도 매년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고 교단 내 성소수자 인권단체를 만드는 등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 없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목사는 “그저 목사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오늘의 개신교가 너무 엉망이라 지극히 당연한 일이 특별한 일이 된 것 같다”며 “오늘 주신 응원의 마음 깊이 담고 작은 디딤돌 하나 놓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수연·신은미씨는 1000명 이상이 종사하는 기업의 남성 직원만 달성 가능한 승진 심사 기준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의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을 받아내 ‘한 성만 충족할 수 있는 승진 기준은 차별’이라는 판단을 끌어냈다.

조씨는 “여성의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여성, 남성 구분 없이 모두가 동등하게 평가 받기를 원한다”며 “아직도 많은 곳에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우리의 인용 판결이 유리천장에 갇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많은 여성들에게 큰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는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준우 정의당 상임대표,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가 참석해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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