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여성기구, 8일 세계여성의날 행사 개최
정부·외교·기업·학계 인사 등 200여 명 참석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유엔여성기구가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세계여성의날 행사를 개최했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제공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유엔여성기구가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세계여성의날 행사를 개최했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제공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유엔여성기구가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세계여성의날 행사를 개최했다.

유엔여성기구는 전 세계적으로 성평등 달성을 위한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며 “미래를 위해 여성에게 투자하라”(Invest in Women: Accelerate Progress)고 촉구했다. 기구가 정한 올해 여성의날 주제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에서 방영된 공식 영상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여성과 여아가 소외되고 있으며 부당하고 차별적인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가부장제 종식에는 자금 투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경제·디지털 기술·평화 구축·기후 행동 전반에서 여성의 참여와 리더십을 독려하고 비즈니스, 금융, 중앙은행, 재정 관련 부처에서 여성과 여아의 필요와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과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도 촉구했다. “여성 권리 실현은 공정·평화·번영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다함께 이를 현실로 만들자”고도 강조했다.

이아정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대외협력팀장이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유엔여성기구가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 세계여성의날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이아정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대외협력팀장이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유엔여성기구가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 세계여성의날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이날 무대에 오른 여성들은 ‘여성에게 투자하는 것이 사회 전반에 이롭다’고 강조했다. 김은미 유엔여성기구 대한민국 친선대사는 “세계의 절반이 여성·소녀인데 왜 그들에게 투자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여성·소녀에 투자하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 문제”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1960년대 이후 경공업에 종사하는 한국 경제 발전·성장을 이끌던 시절 여성 노동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언급했다. 또 방글라데시 빈곤퇴치 운동가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가 설립한 그라민은행과, 이를 토대로 한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동이 방글라데시 여성의 경제력 향상·사회참여 확대에 기여했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성에 투자하는 일은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jump-start)”, “여성에 투자하면 몇 배의 파급효과(multiplying effect)가 발생한다”고 했다.

타마라 모휘니 주한 캐나다 대사는 “여성에게 사회·경제·정치적으로 남성과 동등하게 참여할 기회를 주면 빈곤은 줄고 국가는 번영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도 여성에 투자하자”며 국방·보안 분야 여성 진출 확대도 촉구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여성 외교관으로서의 경험도 나눴다. “출산휴가, 육아휴직은 제 커리어 유지에 중요했다”며 “아이 돌봄 지원은 여성만이 아니라 일하는 남성에게도 중요하다”고 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캐나다 여성 외교관들은 결혼하면 사직을 강요당했지만, 오늘날 해외에 파견된 캐나다 대사 절반은 여성이라고 한다.

남성이 동반자로서 성평등에 기여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성평등은 여성에게만 좋고 남성은 배제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윈윈’”이라며 존중에 기반한 건강한 관계 맺기. 유해한 남성성 깨기 등 캐나다의 노력도 들려줬다.

1995 북경세계여성대회 준비를 위한 ‘한국여성NGO위원회’ 총무로 일했던 이상덕 우송대 교수도 연사로 나섰다. 이 대회에서 여성과 소녀들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 보장이 UN 활동의 중심 과제임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전략을 12가지 부문으로 나눠 제시하는 ‘베이징 선언’과 행동강령이 채택됐다.

이 교수는 당시 여성단체 관계자 700여 명이 대회를 준비하고 참여했던 과정을 설명하며 “소외된 여성 문제가 정책에 적극 반영되도록 하는 여성연대 기반을 구축했다”고 평했다. 내년 북경세계여성대회 30주년을 맞아 다시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투자 활성화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진 맥킨지 BBC 서울 특파원은 최근 한국 여성들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국의 저출생 원인을 분석한 보도를 간략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책 입안자들은 정작 젊은 여성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소셜벤처밸리를 조성한 루트임팩트의 허재형 대표는 “여성의 돌봄도 경력으로 인정하자”며 여성의 경력 유지를 지원하는 투자 방안과 성공 사례를 제시했다. 탄탄한 경력 유지 프로그램과 함께 유연근무제, 포용적 조직문화가 뒷받침돼야 변화가 지속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정심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소장이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유엔여성기구가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 세계여성의날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제공
이정심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소장이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유엔여성기구가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 세계여성의날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제공

이날 행사는 유엔여성기구가 한국에서 연 두 번째 세계여성의날 행사다. 정부, 외교계, 기업계, 학계 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정심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소장은 “성평등은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지닌 집단에 대한 이해와 포용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이라면서 “성평등,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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