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문화·의식 생생하게 전달

청소녀 원조교제로 내모는 사회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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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는 아이들'은 청소녀들의 개방적 성의식을 다루는 한편, 그들의 문화 속에 자리잡은 가부장성에 대한 고발도 담았다.

'10대 청소녀가 돈을 받고 나이든 아저씨에게 몸을 판다'는 원조교제는 성매매의 또 다른 형태로, 미성년자들에게까지 급속하게 퍼져나갔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성매매의 또 다른 얼굴이 되어버린 '원조교제'에 대한 연구서가 출간돼 화제다.

연세대에서 문화학협동과정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저자 김고연주는 '길을 묻는 아이들-원조교제와 청소녀'에서 원조교제보다는 원조교제를 했거나 하려 했던 10대 청소녀들의 의식과 문화에 주목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 연구를 위해 6개월간 청소녀보호시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청소녀들을 만나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문제아'로 찍혀 사회 밖으로 내몰려진 이들이야말로 10대 문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양한 청소녀들의 심층면접을 통해 그들을 성매매로 내모는 사회적 요인을 밝히고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또래문화와 성의식을 소개한다. 이와 더불어 10대 문화 속에 우리 사회의 굴절된 모습을 투영시켜 보여준다.

어른들보다 더 개방적 성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에 못지않은 가부장성을 지닌 10대들이 '영계선호'와 '외모지상주의'에 의해 원조교제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청소녀들은 소비와 외모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고 또래에게 인정받는 것을 가장 중시하는 한편 자유로운 성의식을 바탕으로 성을 놀이와 교환 수단의 일부로 간주한다. 친구들 앞에서 남자친구와 키스하는 것이 자랑스럽기만 하고 잘 나가는 킹카 남자아이와 성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신도 잘 나가는 아이가 된다는 것이 요즘 청소녀들의 문화다. 이들에게 원조교제는 자신의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 아닌 일시적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여기에 나이 어린 여자를 선호하는 남성들의 비뚤어진 문화, 소비 자본주의, 인터넷 등의 사회 요소가 맞물려 청소녀들을 원조교제의 길로 끌어들인다. 교복 입은 여학생이 가는 곳곳에 “너희들 고등학생 맞니? 얼마면 되겠냐?”고 유혹하거나 “고것들 참 맛있겠다”고 침 흘리는 남성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청소녀들은 이와 같은 남성들을 역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자신들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간파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 전략을 시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저씨들에게 돈만 뺏고 몸은 안 주는 방법이나 미성년자가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협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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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에 재학 중인 김고연주씨는 원조교제를 통해 청소녀 문화를 분석했다.

청소녀들은 원조교제를 하면서 받은 상처에 좌절하지 않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설계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치적, 문화적 방안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요즘 10대 청소녀들의 생생한 삶과 문화, 의식을 여과 없이 담아내 이들에 대한 이해를 돕고 새로운 해결을 모색하는 책이다.

김고연주 지음/책세상/4900원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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