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사 갈등 장기화로 진료·수술 줄자
‘수익 감소 우려’ 전국 병원들 잇따라 무급휴가 추진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전공의 약 9000명이 병원을 떠났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앞. ⓒ연합뉴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전공의 약 9000명이 병원을 떠났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앞. ⓒ연합뉴스

서울 ‘빅5’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전국 주요 병원들이 간호사를 포함해 전 직원 ‘무급휴가’ 시행을 추진 중이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의 의료계의 갈등 속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길어지자 진료·수술이 줄고 병원 운영 자체가 축소되는 분위기다. 애꿎은 직원들은 무급휴가를 떠나야 할 상황에 처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노동조합은 지난 5일부터 간호사, 간호조무사와 기능직·사무직·약무직·영양직·의료기사직 등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 신청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노동조합은 지난 5일부터 간호사, 간호조무사와 기능직·사무직·약무직·영양직·의료기사직 등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 신청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여성신문
순천향대서울병원 노동조합은 지난 5일부터 간호사, 간호조무사와 기능직·사무직·약무직·영양직·의료기사직 등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 신청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여성신문

이미 ‘빅5’ 상급종합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중 두 곳이 무급휴가를 시행 중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4일부터 병동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1주일 단위 무급휴가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5일 간호사 포함 일반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1일 단위로 1개월 이내 한시적 무급휴가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경희의료원도 지난 4일부터 병원 병동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1주일 단위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대전을지대병원은 지난 1일부터 간호사를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 접수를 받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분위기도 비슷하다. 대한간호협회는 “무급휴가나 연차휴가 사용 강요로 인한 피해 신고가 전국에서 계속 들어온다”고 밝혔다.

한편 사태가 더 길어지면서 주요 병원들은 이미 병상 수 축소, 병동 통폐합에 나섰다. 응급실은 중증환자 위주로 재편됐고 그마저도 대기 시간이 길어져 환자들의 불만이 높다. 수술·입원 지연, 진료 취소나 거절 등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 지역 상급종합병원 간호사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로 인턴 의사의 업무인 드레싱(소독)을 간호사들이 떠맡고 있다. 환자가 줄어 병동이 폐쇄되면서 갑자기 다른 병동으로 이동하게 된 간호사들도 있다”며 “무급휴가에 이어 이후 병원 구조조정에 들어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간호사들이 많다. 정부-의사 갈등 속 애꿎은 간호사들과 일반 직원들이 손실 책임을 떠맡게 된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1254억 원 규모의 예비비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 등의 응급·중증환자 진료기능 유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교수·전임의 등 당직 근무와 비상진료인력의 인건비(580억원), 상급종합병원·지역거점병원 등 인력난이 가중되는 의료기관에 공중보건의사·군의관 파견(59억원), 국립중앙의료원·지방의료원 등 지역 내 공공의료기관 의료진의 평일 연장진료, 주말·휴일 진료 지원(393억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와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진료 지원 강화(12억원) 등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