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16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16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 미국 인도 결정을 재심리하도록 했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5일(현지시각) 권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미국 인도 결정을 무효로 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으로 돌려보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항소법원은 "한국과 미국 중 누가 먼저 범죄인 인도 요청서를 제출했는지에 관한 결정에 명확하고 타당한 근거가 없다"며 "형사소송법 조항의 중대한 위반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앞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지난달 20일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국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했다.

고등법원은 당시 권씨에 대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서 공문이 한국보다 하루 앞선 지난해 3월 27일에 도착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더 빨랐다는 고등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항소법원은 판결문에서 "한국 법무부는 지난해 3월 24일 영문 이메일로, 3월 26일에는 몬테네그로어로 이메일을 보내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서를 전자 송부했다"고 지적했다.

항소법원은 형사사법공조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에 따라 전자 송부된 범죄인 인도 요청서도 일부 조건이 충족될 경우 범죄인 인도 요청으로 간주한다는 점을 들어 고등법원이 이를 고려하지 않고 미국이 먼저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다고 판단한 것은 법률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항소법원은 앞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범죄인 인도 승인 결정과 관련해서도 두 차례 모두 파기 환송한 바 있다.

권씨의 몬테네그로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앞서 항소 이유로 몬테네그로 정부가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은 상황에서 각 요청을 받은 날짜와 권씨의 국적 등을 중요하게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디치 변호사는 한국의 인도 요청 시점이 미국의 요청 시점보다 앞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권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냄에 따라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원점에서 권씨의 인도국을 결정하게 된다. 결과에 따라 권씨의 신병이 한국으로 송환될 수도 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에게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피해를 안긴 권씨는 2022년 4월 한국을 떠나 도피하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 혐의로 체포된 이후 1년간 현지에 구금돼 있다.

당시 함께 검거됐던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국내로 송환돼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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