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한국의 출산율이 역대 최저,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한데 대해 외신들이 배경을 집중 조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산율은 0.72명으로 2022년보다 0.06명 줄면서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4분기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로이터통신은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출산율은 2023년에도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이는 여성들의 경력 향상과 자녀 양육에 따른 재정적 비용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출산을 미루거나 아기를 낳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의 출산율은 안정적인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출산윤 2.1명의 비율에 훨씬 못 미치고 주거비와 교육비 등의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낮았던 2015년의 1.24명보다 크게 낮다..

2018년부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 미만의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OECD에서 가장 성별 임금 격차가 심하다. 한국 여성의 소득은 남성의 약 3분의 2 수준이다.

서울여자대학교 정재훈 교수는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출산율은 2023년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는데, 이는 여성들의 경력 향상과 자녀 양육에 따른 재정적 비용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출산을 미루거나 아기를 낳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명동거리 ⓒ연합뉴스
서울 명동거리 ⓒ연합뉴스

영국의 공영 BBC도 28일(현지시각) 서울 특파원 발로 '한국 여성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BBC는 "저출산 정책 입안자들이 정작 청년들과 여성들의 필요는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와 지난 1년간 전국을 다니며 한국 여성을 인터뷰했다"고 취재 경위를 설명했다.

BBC가 만난 30세 TV 프로듀서 예진씨는 "집안일과 육아를 똑같이 분담할 남자를 찾기 어렵고 혼자 아이를 가진 여성에 대한 평가는 친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외곽에 사는 예진씨는 "저녁 8시에 퇴근하니 아이를 키울 시간이 나지 않는다"며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더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BBC는 월요일에 출근할 힘을 얻기 위해 주말에 링거를 맞곤 한다는 사연을 예진씨가 일상인 것처럼 가볍게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아이를 낳으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는 암묵적 압박이 있다"며 여동생과 뉴스 진행자 두 명이 퇴사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

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던 28세 여성은 육아휴직 후 해고되거나 승진에서 누락된 경우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기혼자인 어린이 영어학원 강사 39세 스텔라씨는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일하고 즐기다 보니 너무 바빴고 이젠 자신들의 생활 방식으론 출산·육아가 불가능함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느냐'는 말에 그는 눈빛으로 답을 대신하며 "설거지를 시키면 항상 조금씩 빠뜨린다.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집값이 너무 비싸 감당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서울에서 점점 더 멀리 밀려나고 있지만 아직 집을 장만하지 못했다.

BBC는 주거비는 세계 공통 문제이지만 사교육비는 한국의 독특한 점이라고 평가했다.

아이들이 4세부터 수학, 영어, 음악 등의 비싼 수업을 받는데 아이를 실패하도록 하는 것은 초경쟁적인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BBC는 설명했다.

한국 경제가 지난 50년간 고속 발전하면서 여성을 고등 교육과 일터로 밀어 넣고 야망을 키워줬지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은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BBC는 분석했다.

BBC는 또 정자 기증을 통한 임신이나 동성 결혼이 허용되지 않는 점을 어떤 이들은 아이러니라고 한다고 전했다.

양성애자이면서 동성 파트너와 지내는 27세 민성씨는 "가능하면 (아이를) 10명이라도 갖겠다"고 말했다.

BBC는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을 구조적 문제로 다루겠다고 밝혔지만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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