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30% 여성 의무’ 당헌·당규부터 지켜야”

27일 대구 서구 대구시선관위에서 직원들이 선거 홍보 포스터 및 유권자 안내용 책자, 투표소 물품 세트 등을 확인·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대구 서구 대구시선관위에서 직원들이 선거 홍보 포스터 및 유권자 안내용 책자, 투표소 물품 세트 등을 확인·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2대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여야가 비례 위성정당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역구 여성 30% 공천이 사실상 불가능한 가운데 비례 순번 앞번호에 여성을 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22대 총선에서 47석 비례대표 국회의원 배분 방식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로 사실상 확정됐다.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5일 이재명 대표의 결정에 따라 준연동형 비례제로 당론을 정하면서 현행 제도대로 총선을 치르게 됐다.

직전 21대 총선 때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제는 각 정당이 전국 정당 득표율만큼 지역구 의석수를 채우지 못했을 경우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워주는 것이 핵심이다. 당시엔 비례 의석 47석 중 30석에 한해서만 준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하고 나머지 17석은 병립형(정당 득표율로만 의석 배분)으로 채웠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법 개정이 없다면 47석에 대해 준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한다.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지난 23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당 대표에는 사무처 공채 6기로 여성국장 등 주요 보직을 지낸 조혜정 국민의힘 정책국장이 선임됐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은 내달 3일 창당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진보당·새진보연합과 정책 협상을 해왔다.

위성정당 사태 재연에 이어 공천 잡음도 계속되고 있다. 여야가 공천 작업을 진행할수록 ‘인적 쇄신 부족’, ‘불공정 공천’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거대 양당은 여성 공천 신청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며 우대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여성 예비후보자 비율은 10%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선거법상 총선에 출마하는 비례대표 선거 후보 50%를 여성으로, 순위 홀수에 추천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이에 따라 통상 정당의 비례대표 순번은 기호 1번부터 홀수는 여성, 짝수는 남성으로 구성한다. 후보가 결정되면 여성-남성-여성-남성 순으로 비례 순번이 이어진다. 

지난 4·15 총선에서 정의당은 경쟁명부에 청년 할당을 도입해 다른 정당과 차별점을 뒀다. 경선에서 경쟁명부에 청년·여성·장애인·농어민 할당을 적용한 뒤 최다득표순으로 투표 결과에 따라 순번을 배치한 것이다. 그 결과 정의당은 비례 1번, 2번, 3번, 5번 등 앞순위 5명 가운데 4명을 여성으로 배치했다. 경쟁명부에서 청년 후보 중 최다 득표한 류호정 전 의원과 2위를 차지한 장혜영 의원이 비례 1번과 2번을 받았다. 비례 3번은 경쟁명부 후보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배진교 의원에게, 비례 4번 자리는 경쟁명부 여성 후보 중 최다 득표자인 강은미 의원에게 돌아갔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모의개표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수검표 실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모의개표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수검표 실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남성보다 여성을 우선 배치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무조건 2번, 4번, 6번, 8번, 10번을 남성으로 해야 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밝혔다. 김 석좌교수는 “여성 정치 대표성을 위해 10번까지는 여성을 상위에 배치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도 “근본적으로 여성 이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철학이 없기 때문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들어오고 젠더 이슈가 사라졌다. 현재 각 당에서 인재로 영입하는 인사를 보면 남성 중심”이라며 “국민의힘에서 이준석표 젠더 갈라치기로 인해 이대남, 이대녀로 갈라진 상황에서 민주당도 표만 생각하면서 접근하기 때문에 여성 이슈에 대해 강력하게 말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인재 영입한 인사의 성비를 보더라도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다”며 “각 당 대표나 비상대책위원장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도 “지역구 여성 전략공천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비례대표에서 적극적으로 메우려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원래부터 비례대표는 여성 정치 진출의 교두보였다. 그 정신을 지금 시점에 다시 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현재 선거 국면에서 여성 이슈는 중요하지 않다. 민주당 같은 경우 당헌·당규에 선출직 30%를 여성으로 공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것조차 지키지 않은 정당이 자체적으로 만든 위성정당에서 상위 순번에 여성을 배치할 것이라는 기대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당헌·당규 제8조 2항은 ‘중앙당 및 시·도당의 주요 당직과 각급 위원회 구성, 공직선거·지역구선거 후보자 추천에 있어서 여성을 30% 이상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개혁신당 등 새로 만들어진 정당들의 경우도 여성을 전면으로 내세울 것 같지 않은 분위기”라며 “약속한 지역구 여성 30% 공천부터 지키는 것이 순서이며 구태의연한 남성 중심의 올드보이 네트워크가 깨지지 않는 이상 변화를 도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도 “아직 전략선거구 공천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구 여성 30%는 노력 사항이지만 조항을 지키라고 각 정당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며 “여성 정치 대표성 확대를 위해 만든 당내 조직부터 현재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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