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중재·가세 움직임

22일 오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다른 병원 전원을 위해 구급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다른 병원 전원을 위해 구급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무더기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의 빈자리를 전임의와 교수 등이 채우고 있지만, 일부 병원에서 전임의들마저 이탈할 기류를 보이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형병원들은 수술과 진료 일정을 절반까지 줄이고, 전임의와 교수 등 병원에 남아있는 의사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전공의 집단사직에 대처하고 있다.

전공의의 빈자리를 전임의와 교수 등이 채우고 있지만, 일부 병원에서 전임의들도 이탈할 기류를 보이고 의대 졸업생들도 인턴 임용을 포기해 의료대란이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선대병원에서는 재계약을 앞둔 4년 차 전임의 14명 중 12명이 재임용포기서를 제출하고 3월부터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서울의 대형병원 예비 전임의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펠로'라고 불리는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증을 딴 뒤 병원에 남아 세부 분야를 공부하는 의사들이다. 

전임의는 통상 2월 말을 기준으로 병원과 1년 단위 계약을 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재계약을 안 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이 종료되면 정부가 발령한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진료유지명령'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달 의대를 졸업하고 다음 달부터 수련을 해야 하는 예비 인턴들의 '임용 포기'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선 올해 인턴으로 채용된 180여 명 중 80~90%가 수련계약을 맺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대병원은 신규 인턴 100여 명 중 80여 명, 부산대병원은 50여 명이 임용 포기서를 냈고, 조선대병원과 순천향대천안병원, 충남대병원, 전북대병원, 조선대병원 등에서도 인턴 대다수가 수련 포기 의사를 밝혔다.

현재 대형 종합병원의 의사 구조는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의 레지던트, 인턴 40%, 전문의 자격 취득 후 병원에 남아 1~2년간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전임의가 20%로 이들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16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의대 교수들이 중재에 나섰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3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과 회동한 뒤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호소문을 올려 "정부가 이 사태의 합리적인 해결을 원하고 있으며 향후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25일 말했다.

정 교수는  "의대 정원 조정 및 필수의료 체계 유지와 관련된 제반 사항들을 정부와 교수가 함께 협의할 수 있는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정부뿐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정부에 의료인력 추계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의료 현장 복귀를 요청하는 중재안을 내놨다.

의대 교수 사이에도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전공의들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이들과 행동을 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와 병원 소속 의사를 겸직하고 있다.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이 장기전으로 접어들자 전국 일선 검찰청이 검·경 협의회를 통해 경찰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신속한 사법처리에 대비하고 있다.

정부는 진료중단이 확인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내리고 불응 시 '의사면허 정지·취소' 등의 행정조치와 고발 조치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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