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은희 국민의힘 의원
체육계 미투 1호, 국회 입성 2개월
1호 법안은 범죄 피해자 보호 3법
“저를 포함해 피해자 현실 바꿀 것”
“총선 출마 계획? 진인사대천명”

김은희 국민의힘 의원.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김은희 국민의힘 의원.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체육계 미투 1호’로 꼽히는 김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입성 두 달 차를 앞두고 있다. 김 의원이 의원직을 승계받자마자 발의한 ‘범죄 피해자 보호 3법’은 자신을 위한 법이라고 말한다.

김 의원은 지난달 9일 국민의힘을 탈당한 허은아 전 의원의 비례대표직을 승계했다. 그는 지난 20일 1호 법안으로 ‘범죄 피해자 보호 3법’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과 ‘스토킹 범죄 처벌법’, ‘특정중대범죄피의자 신상정보법’ 등 3개 법률 개정안으로 구성했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에는 가해자가 피해자 거주지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고, 특히 가해자가 출소 후 거주 지역에 전입 신고하면 피해자에게 이를 즉시 알리도록 했다. 스토킹범죄 처벌법 개정안에는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접근금지 기간을 현행 9개월에서 재판 종료 시점까지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신상정보법 개정안의 경우 칼이나 도끼, 톱 등 흉악범죄 발생 우려가 있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를 이용한 스토킹 범죄자는 신상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김 의원은 23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를 위한 법인 동시에 피해자를 위한 법이고 결국엔 우리 모두를 위한 법”이라며 “특히 ‘보복 범죄는 절대 막을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법안 제정 취지를 설명했다.

정치에 발을 들인 이유는 사회적 약자를 공감하고 이들을 대변해 국회에서 목소리 내기 위해서다. 김 의원은 “저는 다른 의원님들에 비해 공감의 폭이 조금 더 넓다고 생각한다”며 “제3자의 관점이 아니라 제가 처한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기가 2개월여 남았지만 우리 당에서 가장 취약한 사회적 약자의 영역에서 제가 앞으로 나서 더 소통하고 그들의 삶이 개선될 수 있도록 역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김 의원은 초등학교 4학년이던 자신을 성폭행한 테니스부 코치를 15년 만인 2016년 고소해 체육계 내 성폭력 문제를 세상에 드러냈다. 김 코치는 2년간 홀로 민·형사재판을 진행한 끝에 가해자는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김 의원은 ‘보복’이 가장 두렵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을 공론화하기 전부터 사건이 끝났을 때까지 가장 우려한 점은 가해자의 ‘보복’”이라며 “제가 피해를 입고 바로 신고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매일 밤 가해자가 저를 죽이러 오는 꿈을 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니 저한테는 ‘언젠가 가해자가 저를 보복하러 온다’는 것이 기정사실이었다”며 “그래서 국회에 오자마자 가장 시급하게 들여다본 법안이 보복 범죄였다”고 했다.

김은희 국민의힘 의원.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김은희 국민의힘 의원.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 2028년이면 가해자가 만기 출소합니다.

“보복 범죄의 특징은 한 번 범죄가 발생하면 평생 감당하고 살아야 한다. 중간에 멈춰지는 등 완성형이 없고 평생 가해자나 피해자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지속된다. 피해의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가해자의 태도에서 피해자가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가해자가 반성하고 사과하고 죄를 뉘우치면 보복 범죄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겠지만 저는 지금도 가해자가 아직 반성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보복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놓을 수 없다. 범죄 피해자 보호 3법이 꼭 통과해 저와 같은 피해자들이 조금은 안심하고 평범한 일상을 영위했으면 좋겠다.”

- 사건 이후 일상으로의 복귀는 어땠습니까?

“일상을 중도 포기하고 사건에만 매진하려고 했던 시기도 있었다. 또 일상과 사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해외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주위에서도 ‘피해자’라는 인식으로 보기 때문에 ‘김은희’가 아닌 ‘피해자 김은희’가 됐다. 피해 의식이라고 해야 할지 피해자 프레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혼란스러웠다. 그냥 편하게 ‘네가 하는 모든 것이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주면 좋겠다. 당시엔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촉발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같이 격하게 분노해 주셨는데 부담감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다. 피해자로서가 아닌 그냥 누군가로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배려가 필요한데 그래도 예전보단 인식의 변화가 있다고 본다.”

- 다른 피해자들을 위한 연대와 지지를 보냈습니다.

“피해자들이 또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마냥 좋은 건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제가 경험해 보니 다른 이를 위해 목소리 내는 것 자체가 용기와 희망의 모습일 수 있지만 똑같은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소진되거나 소모되는 순간이 온다. 연대와 지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제가 국회의원이 됐다고 일부러 주위에 알리지 않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저의 국회 입성이 피해자분들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더 회의감이 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피해자가 있다. ‘내가 유명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내 사건이 주목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피해자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들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더 조심스럽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한국형 제시카법’ 등에 대한 견해는.

“사회적으로 논란 많은 이슈다. 취지와 목적이 결국엔 피해자를 위한 것이라고 하면 저는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보복 범죄를 피해자 중심에서 보면 가해자를 더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가해자의 인권 등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따지게 되면 결국엔 피해자 중심에서 자꾸 벗어나게 된다.”

- 총선 공약 발표와 동시에 1호 법안을 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범죄 피해자 당사자다. 오래전부터 저를 비롯한 주변의 피해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온 법안이다. 범죄 피해자 보호 3법은 범죄의 근본적인 예방, 피해자 보호를 중심으로 고민한 결과물이다. 작은 변화일 수 있지만 제 1호 법안으로 누군가에 큰 힘을 줬으면 좋겠다.”

- 총선 출마 계획도 있습니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생각한다. 당에서 따로 총선을 위한 역할을 부여하진 않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잘 살려서 총선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뛸 생각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여성, 아동·청소년,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국민께 보여드리고 싶다.”

◉ 김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체육계 미투 1호로 꼽힌다. 김 의원은 지난 2018년 초등학생 시절 코치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실을 밝혔다. 2020년 총선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청년 인재로 영입됐다. 제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23번을 공천받았다. 지난 1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탈당하면서 다음 순번으로 의원직을 승계했다. 활동 기간은 21대 국회의원 임기인 오는 5월 29일까지다. 승계 직전까지 고양테니스아카데미 테니스 코치로 활동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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