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개 단체·노조 ‘여성파업조직위’ 구성
여성노동 실태, ‘구조적 성차별’ 알린다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 농성장에서 열린 ‘오픈 마이크’ 현장.  ⓒ2024여성 파업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 농성장에서 열린 ‘오픈 마이크’ 현장.  ⓒ2024여성 파업

다가오는 3·8 세계여성의 날, 여성노동자들이 ‘여성파업’에 나선다. “윤석열 정권의 성평등과 노동 개악에 맞서 여성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목소리가 한데 모였다.

성별임금 격차 해소는 이번 파업의 첫 번째 요구 사항이다. 여성파업조직위원인 밍갱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는 “대한민국이 27년째 성별임금격차가 1위인만큼 임금격차 해소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희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여성운동위원회 활동가는 “우리나라 성별임금격차는 31.2%다. 남성 노동자가 임금을 더 많이 받는 구조다. 또, 직장 내 성희롱도 빈번하다. 이런 사회구조에 저항하기 위해서 진단파업을 결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가별 성별 임금격차. 한국(그래프 제일 오른쪽)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다. ⓒOECD
국가별 성별 임금격차. 한국(그래프 제일 오른쪽)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다. ⓒOECD

지난해 OECD가 발표한 ‘2023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1.2%다. 즉, 남성이 200만 원을 월급으로 받을 때 여성은 137만 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임금뿐 아니라 노동형태도 성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남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30.6%지만,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46%다. 여성 노동자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인 상황이다.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에는 서울여성노동자회 등 39개(19일 기준)의 여성·노동·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파업에서 △성별 임금격차 해소 △돌봄 공공성 강화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및 유산유도제 보장 △최저임금 인상 등 5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정 활동가는 직장 내 성희롱을 지적하며 여성노동자가 직장에서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 내 성희롱도 구조적 문제다. 고용형태가 불안정할수록 성차별이나 성희롱 문제는 더 심화한다”며 “이번 총파업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노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럼에도 우리의 인권이 얼마나 유린돼 왔는지 말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 3명 중 1명이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 비정규직의 경우 38.4%가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했고 ‘성희롱 이후 회사를 그만뒀다’는 답변(30.3%) 역시 남성 비정규직(14.3%)에 비해 2.1배나 높게 나타났다.

새로운 요구사항은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및 유산유도제 보장’이다. 밍갱 활동가는 “그동안 여성 건강권과 노동문제는 따로 다뤄졌다”며 “하지만 임신과 같은 여성건강권 문제는 경력단절을 낳는 등 여성노동자에게 중요한 문제기 때문에 요구 사항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파업에는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도 참여할 수 있다. 밍갱 활동가는 “트랜스젠더 등 소수자에 좋은 노동환경은 당연히 여성에게도 좋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노동환경에서 성평등은 여성뿐 아니라 장애인, 성소수자 노동환경도 개선하기 때문이다.

현재 여성파업조직위원회 참여단위는 39개로 계속 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최 측은 “현실 여건 상 파업이 가능하지 않은 여성 노동자들 역시 연차나 조퇴를 포함해 다양한 형태로 당일 행동에 동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설문조사, 오픈마이크, 찾아가는 여성파업 등을 진행 중이다. 또한 여성파업 홈페이지에서는 여성 노동자가 쓴 기고도 확인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 여성들의 24시간 총파업이 벌어진 지난해 10월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완전한 성평등 실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이슬란드 여성들의 24시간 총파업이 벌어진 지난해 10월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완전한 성평등 실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역사상 가장 큰 여성총파업은 아이슬란드 여성의 90%가 참여한 1975년에 일어난 아이슬란드 총파업이다. 파업참가자들은 일과 가사노동, 돌봄 노동 등을 거부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7년 후 아이슬란드는 세계에서 첫 번째로 선거를 통해 여성 대통령인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를 선출한 나라가 됐다. 현재 아이슬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성평등한 나라로 불리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제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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