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2월 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2월 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배신감을 느끼는 집단은 누구일까?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청년층이 아닐까 싶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젊은 유권자 마음을 잡기 위해 파격 제안을 했고 행보도 이어갔지만, 결국 이것은 ‘청년 이용 정치쇼’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은 “30대 장관 많이 나올 것”이라 공언했지만, 공허한 말에 그쳤다. 또 대선 이후 국민의힘에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윤 대통령 측근으로 불리는 장예찬씨가 입성했지만, 그가 청년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고 젊은 민심을 대변했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그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피해자’라고 옹호하며 뭐가 문제냐는 듯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명품백은커녕, 몇 만원짜리 배낭 사는 것도 망설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청년들이 그를 보며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의 이벤트도 결국은 그가 속마음을 숨긴 ‘위장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후보- 이준석 대표는 극심한 갈등을 표출했고 여론이 심상치 않자, 윤 후보는 마치 이 대표를 존중하는 듯이 태도를 바꿨다. 이준석 대표와 빨간 후드티를 맞춰 입고 거리를 누비며 친분을 과시했다. 또 서울 대학로에서 ‘달고나 뽑기’ 게임을 함께 하며 젊은 이 대표와 코드를 맞추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대선 승리 후 청와대와 윤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에게 드러낸 본심은 가히 모욕적이며 ‘토사구팽’을 떠올리게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곳곳에서 드러난 ‘청년 무시 행태’는 이른바 ‘청년 병풍 취급’이란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69시간제 노동 문제를 놓고 여론이 들끓자, 국민의힘과 정부 및 대통령실은 청년 노동자 목소리를 듣겠다며 간담회를 마련했다. 중소기업 청년 노동자 3명을 초청해 현장 간담회를 열었는데, 이중 중소기업 A사의 생산관리팀장으로 소개된 김모씨는 주69시간제를 옹호하는 듯 발언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사장 아들이었다. 청년 노동자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사실은 사용자 입장을 대변하는 ‘가짜 청년 노동자’ ‘사장 아들’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 지난해 간호법 거부권 규탄대회를 앞두고 전국 주요 간호대학을 상대로 학생 동원 여부를 교육부가 조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었다. 교육부는 “통상적 민원 확인 절차였다”고 해명했지만, 학생들의 집회 참석에 대해 부처가 나서 사전에 조사한다는 발상 자체가 기이하다. 간호대 학생들은 “동원이라니! 또 갈라치기 하냐”고 울분을 토했다. 

여기에 윤석열-전두환 정권이 겹쳐지는(오버랩) 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바로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졸업생 입을 틀어막고 짐짝처럼 들어낸 일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 ‘정치 깡패’들이 곤봉으로 청년들을 때리고 비판 목소리를 폭력으로 잠재우려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게다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및 그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도 여전히 진실이 가려지지 않고 있다.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은 보직해임 되었고, 채 상병의 어머니, 생존 장병의 가족, 자식을 군대 보냈다가 잃은 유가족들은 가슴을 치며 진실 규명을 호소하고 있다. 

군에서 사망한 장병의 가족들이 지난 14일 ‘민주주의자 김근태상’ 행사장에 참석해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 이는, 바로 윤석열 정부에서 징계를 받은 박정훈 대령이다. 박 대령은 수상 소감에서 “군인 역시 제복을 입은 시민일 뿐”이라며 “특히 채 상병은 그 죽음이 억울하지 않도록 정확하게 실체가 규명되어야 하고, 책임 있는 자는 응당한 처분을 받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쯤이면 묻고 싶다. 과연 이 정부에서 ‘청년 무시’ 장본인은 누구일까. 진정으로 청년을 존중하고, 그들의 억울함을 해결해주려는 사람은 누구일까. 윤석열 대통령과 박정훈 대령의 행보를 보며, 청년들은 과연 누구를 더 존경할까.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객원교수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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