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약 10달 앞두고 벌써 나에겐-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고, 머리만 닿으면 잠이 들고, 하체가 점점 튼튼해지는- '고3병' 의 초기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아직 고2가 끝나지 않았지만 고3의 압박이 시작되고 있다는 증거다.

'고3'그 이름만으로도 지칠법한 1년을 어떻게 보내야 좋을까. 내가 한 해를 지내는 동안 가장 중요하게 여길 한 마디는 '대학생이 되기 전에 인간이 되자'이다. 너무 어려운 걸까? 하지만 험한 세상으로 내딛는 첫 관문인 고3 생활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수능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새벽이슬 맞으며 학교에 가고, 밤 공기 마시며 집에 오고, 그것이 진정 자신이 원하는 길이라면 즐기면 되는 것이다.

아침해가 다 뜨기도 전에 학교 보충수업 나가고, 다급한 점심을 먹고 나면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미술학원에서 그림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인터넷 강의 듣고. 그렇게 똑같은 하루하루가 지나가면서 학과 공부와 실기를 동시에 준비하는 것도 벅차거니와 부회장의 자리를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넘겨줘야 할 시간이 다가온 이유로, 10대로서의 또래지기 활동은 1월 말에 가게 될 MT로 마무리할 것이다.

2004년 나의 고2생활 한 해는 또래지기로서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와 함께 한 알찬 한 해였던 것 같다. 겨울MT도 갔다 오고, 성교육 영상물 촬영도 하고, 10대의 성에 관한 워크숍 발표도 하고, 또래지기 정기모임에서 주제토론도 하고, 여름방학 땐 또래지기 캠프도 갔다 오고, 제1회 YOUTH CLUBDAY에서 '뻔뻔한 쌍쌍파티'라는 축제도 했고, 10대 성 이야기 공모전 시상식 및 '10대들의 性탄'에서 사회도 봤고. 여러모로 참 바빴던, 그래서 더욱 시간이 빨리 갔던 한 해였다.

고1 여름방학 때 또래지기 캠프에서 아하!센터를 만난 뒤, 따져보면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정들어버린 선생님들, 언니 오빠들과 친구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아질 귀여운 동생들을 이렇게 좋은 인연으로 만나게 된 것에 참 감사한다. 1년 후 여름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게 될 그 날을 기대하면서 아쉽지만 잠깐 동안의 이별을 해야 할 것 같다.

'고3병'이 '재수병'으로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며. 고3 수험생 모두 아자 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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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솔 이대부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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