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산다]

오픈AI(OpenAI)가 지난 15일 공개한 AI 모델 소라(Sora). 텍스트를 입력하면 최대 1분 분량의 영상으로 만들어 준다. ⓒOpenAI
오픈AI(OpenAI)가 지난 15일 공개한 AI 모델 소라(Sora). 텍스트를 입력하면 최대 1분 분량의 영상으로 만들어 준다. ⓒOpenAI

구글과 오픈AI가 또 한 번 붙었다. 포문을 연 것은 구글이었다. 기존의 언어모델인 바드(Bard)를 비롯한 인공지능(AI) 생태계 모든 서비스를 자사의 멀티모달 모델(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AI 기술)인 제미나이(Gemini)로 통합하고, 기존 모델들보다 훨씬 더 높은 성능을 갖춘 모델을 탑재한 유료 서비스 제미나이 어드밴스드(Gemini Advanced)를 8일 발표했다. 이에 맞서기라도 하듯 일주일만인 15일, 오픈AI는 텍스트를 비디오로 만들어 주는 영상 생성모델 소라(Sora)를 공개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앵글의 샷을 최대 1분까지 생생하게 만들어 주는 도구다.

생성형 AI 회사들은 이렇듯 사람들의 생산성을 아주 빠르게 높이는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챗GPT를 잘 쓰는 법”과 같이 실질적인 사용 방법을 알고 싶어하는 이들이 현장에 매우 많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실제로 생산성을 늘리고 있을까? 이야기를 들어 보면, 단지 까만 화면에 물어볼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경우도 많았고, 평소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주로 ‘검색하기’인지라 “(챗GPT가) 제대로 된 답을 못 찾아 주더라”며 빠르게 스스로 사용 의지를 꺾는 사례도 많았다.

구글이 AI 챗봇 바드(Bard)를 제미나이(Gemini)로 재출시하고, 최첨단 멀티모달모델(LMM) 제미나이 울트라 1.0을 탑재했다. ⓒGoogle
구글이 AI 챗봇 바드(Bard)를 제미나이(Gemini)로 재출시하고, 최첨단 멀티모달모델(LMM) 제미나이 울트라 1.0을 탑재했다. ⓒGoogle

생성형 AI 기술을 어떻게 써먹을 것인가에 대한 책과 강의가 많지만, 자신에게 꼭 맞춰 쓰려면 지난한 탐색 작업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도 “무조건 많이 써 보시라”는 말을 1년 동안 해 왔지만, 사실 ‘어떤 케이스부터’ 써 보시라고 조언하기에 어려웠던 것도, 개인들의 필요가 제각기 퍽 달랐기 때문이었다. 챗GPT 같은 챗봇을 만들어서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싶다는 바람은 하나같이 닮았지만 내용물은 다르다. 같은 F&B 회사여도 니즈가 다르고, 꼭 닮은 교육업체들끼리도 진짜 해결하고 싶은 부분이 다르다. 목표와 마일스톤이 비교적 분명한 회사 조직들이어도, 어느 정도까지 기술이 귀찮고 반복적이며 사람들이 모두 피하는 일을 잘해내 줄 수 있는지 그 수준을 알지 못해 망설이는 일이 많다.

조직에서 한 차원 내려와 개인 단위로 보면, 각자 당장 삶 속에서 무엇을 풀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저 당연하게 꾸준히 해 왔던 일들, 예를 들면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만들기 위해 삽입할 그림부터 찾아다녔던 일 같은 것은 충분히 바꿀 수 있다. 원하는 컨셉을 떠올려 간단하게 생성형 AI 툴들을 활용해 만들어내고, 작은 부분을 수정하고 싶으면 간단한 이미지 편집 앱을 활용하면 된다. 그래프를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다. 스프레드시트에 일일이 데이터를 붙여 복잡하게 축을 바꿔가며 그래프 생성 버튼을 누른 뒤, 그걸 옮겨 다시 슬라이드에 맞는 그림으로 재제작하던 것도, 데이터를 거칠게 담은 파일을 생성형 AI 서비스에 올려 더 손쉽게 원하는 그래프 형태로 만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은 제각기 자신이 정말 잘하는 강력한 강점들을 하나씩은 분명히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글을 잘 쓸 수 있고, 누군가는 셈을 잘할 수 있으며, 누군가는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일에 능할 수 있다. 생성형 AI도 개개인의 강점을 더욱 키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임팩트를 지닌다고 본다. 글을 잘 쓰는 사람에게 생성형 AI는 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소스를 제공하는 협업자가 될 수 있다. 동시에 그 사람이 제대로 하지 못하는 슬라이드 만들기나 통계 분석을 뚝딱뚝딱 해주는 외주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시스템의 도움으로 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지닌 안목에 기반한 수준의 성능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글만 잘 쓰는 사람의 슬라이드를, 슬라이드 그래픽을 정말 잘 만드는 사람의 작업물만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누구나 어벤져스의 주인공들처럼, 자신만의 ‘수퍼파워’를 가지고 있다. 이를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생성형 AI가 지닌 강력한 임팩트다. 생성형 AI를 쥐고 있는 개인들의 ‘수퍼파워’가 모이면 더 높은 수준의 지적 생산물도 충분히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 생성형 AI를 써 보는 게 시작이다. 내가 정말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만들 방법에서부터 질문을 던졌으면 한다. 거기에서부터 생성형 AI에게 던질 문장이 시작된다.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

소셜임팩트 벤처캐피털 옐로우독에서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주로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이 함께 협력해가는 모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AI랑 산다>는 장밋빛으로 가득한 AI 세상에서, 잠시 ‘돌려보기’ 버튼을 눌러보는 코너다. AI 기술의 잘못된 설계를 꼬집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AI 기술과, 그 기술을 가진 이들과, 그리고 그 기술을 가지지 못한 자들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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