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원칙과상식 소속 조응천 의원(오른쪽부터) 등이 9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원칙과상식 소속 조응천 의원(오른쪽부터) 등이 9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 개의 신당세력이 통합한 개혁신당이 시작부터 내부 진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개혁신당은 지난 16일 예정됐던 최고위원회의를 열지 않았다. “정치적인 배경은 없다”는 설명이었지만, 정의당 출신 류호정 전 의원과 배복주 전 부대표의 개혁신당 합류에 대한 이준석-이낙연 두 공동대표 측의 의견 차이로 회의를 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대표는 이미 류 전 의원에 대한 배제성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류호정 의원의 주장들이 개혁신당 내에서 주류적인 생각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가능성이 약하다고 본다. 하지만 류호정 의원이 여기에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 막을 수 있는 방법론이 우리에게 존재하느냐에 대해서는 또 약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새로운선택에 소속된 류 전 의원의 참여를 막을 수는 없었지만, 그의 젠더관이 당내에서 주류적 생각이 될 수는 없음을 못박은 것이다. 이 대표의 ‘이대남’ 노선을 비판해온 류 전 의원의 역할에 대한 선긋기였다.

이준석 대표의 비토성 발언은 배복주 전 부대표에게로 이어졌다. 알다시피 이 대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그런데 인권운동가인 배 전 부대표는 전장연 시위를 옹호해왔으며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의 배우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장애·여성 인권 활동가로서 활동해온 만큼 이 정체성으로 비례대표가 되어 정책과 법을 만들고 싶은 각오가 있다"고 합류의 배경을 말하니 역시 배 전 부대표에 대한 선긋기에 나선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배 전 부대표를 향해 "법적 대표인 내 권한 내에서 공직 후보자 추천이나 당직 임명 등의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 개혁신당의 주류 시각은 (통합 전) 개혁신당 당원들의 생각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이낙연 공동대표에게도 배 전 부대표를 환영할 수 없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낙연 대표는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준석 대표의 지지자들은 연령적으로는 20-30대, 이념적으로는 보수성향의 층으로 파악된다. 그래서 당초 이준석 대표가 만들었던 개혁신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은 류호정과 배복주에 대한 비토의 정서가 주를 이루었다. 실제로 통합 개혁신당에 류 전 의원에 이어 배 전 부대표의 합류가 이어진다는 소식에 이준석 지지자들의 격한 반발이 생겨났다. 자기 지지층부터 챙겨야 하는 것이 정치이기에 이준석 대표의 류호정-배복주 비토 발언을 전혀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배제했고 트럼프는 인종차별과 이민자 차별의 정치를 했다. 페미니스트와 장애인운동가는 안 된다며 배제하려는 이준석의 정치는 그와 무엇이 다른가. 제3지대 신당의 문이 그렇게 좁아도 되는 것인가. 설혹 이준석의 신념과 철학이 그렇다 해도, 통합된 개혁신당은 이준석의 사당이 아니다. 이 광경을 지켜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준석의 개혁신당과 이낙연 신당은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 정당"이라며 "이준석 공동대표는 '개혁신당 깃발 아래 다 모이니 나한테 흡수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선뜻 합당에 동의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그랬다면 이준석 대표의 착각이다. 제3지대 신당을 지지할 층 가운데 이준석 지지층은 일부일 뿐이지, 개혁신당이 ‘이준석 당’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차별과 배제를 공공연하게 말하는 신당에게 ‘개혁’이라는 수식어를 얹는 것은 코미디 같은 광경이다. 류호정-배복주의 역할에 대해서는 당내 논의를 통해 정치적, 제도적으로 원만하게 풀어나갈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다만 당 대표가 나서서 자기와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구 누구는 안 된다’고 말하는 모습은 조금도 개혁적이지 않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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