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변호합니다]
미국·유럽 등 반려동물 판매 금지 법제화 추세
‘강아지 공장’ 비극도 충동구매 후 유기도 줄여

국제 강아지의 날인 2023년 3월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 반려동물 입양센터 관계자들이 입양을 기다리는 강아지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 강아지의 날인 2023년 3월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 반려동물 입양센터 관계자들이 입양을 기다리는 강아지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SBS TV동물농장에서 방영된 ‘강아지 공장의 불편한 진실’편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펫샵의 작고 귀여운 강아지가 저런 곳에서 왔다니, 그 강아지의 어미 개는 처참한 환경에서 평생 뜬장에 갇혀 출산만 하다 삶을 마감하는 상황이라니. 펫샵은 그야말로 강아지 상품을 찍어내는 공장이었고, 공장의 기계는 다름 아닌 ‘살아있는 개’였다. 많은 사람이 분노했고,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슬로건을 외쳤다.

약 8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여전히 펫샵 창가에 어린 강아지의 귀여움을 전시해 호객하고, 팔리지 못한 채 다 자라버린 강아지의 칸에는 ‘50% 세일’이라고 붙어 있다. 최근에는 동물을 파양 받아 죽을 때까지 보호해 주거나 입양을 보내주겠다는 명목하에 고액의 파양비를 받고, 파양자에게 해당 동물의 행방을 알리지 않거나 동물을 방치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신종 펫샵’까지 등장했다.

안 사면 망할 줄 알았으나, 여전히 사는 것이다. 더 이상 소비 감소 캠페인을 통해 번식장의 피학대 동물들을 구출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파는 걸 규제하면 어떠할까. 펫샵을 없애버린다면?

다소 급진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실제 다수의 선진국에서 그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는 2017년 펫샵에서의 반려동물의 상업적 판매를 금지했고, 2020년 메릴랜드, 2021년 일리노이주가 뒤를 이었다. 뉴욕주 역시 2024년부터 펫샵의 반려동물의 상업적 판매를 금지하고, 펫샵은 보호소와 협력해 구조동물 또는 유기동물의 입양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벨기에, 핀란드, 독일, 프랑스(2024년 시행 예정) 역시 펫샵의 반려동물 판매를 금지하며, 브리더의 직접 판매만 허용한다. 영국의 경우 2020년 이른바 루시법(Lucy’s Law)을 통해 6개월 미만인 개·고양이의 펫샵 및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전문 브리더의 직접 판매만 허용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2019년부터 유전적 질환으로 고통받는 단두종 개(Flat Faced Dog) 중 20개 품종의 교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노르웨이 법원은 2022년 잉글리시 불독과 카발리어 킹 찰스 스패니얼의 교배를 동물학대로 판결한 바 있다.

이처럼 다수의 선진국은 소매 단계에서의 판매를 제한함으로써 강아지 공장 번식업을 막고, 나아가 반려동물 충동구매를 통한 유기동물 발생을 줄이고자 하는 추세이다. 최근 이른바 개식용 종식법까지 국회를 통과한 우리나라도 못할 바 없다고 본다. ‘TV동물농장’ 방영 후 동물생산 및 판매업의 허가제가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강아지 공장과 무분별한 번식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 동물생산업 단계에서 강아지 공장 등 필연적으로 동물학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점에 비추어 그 필요성이 상당하다고 하겠다.

나아가, 반려동물의 과잉 생산과 손쉬운 구매는 충동구매 및 유기로 이어지는데, 이는 또 다른 학대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비용 손실로도 이어진다. 정부의 ‘2022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연간 유기동물 발생 수는 총 11만3440마리로, 2022년 전국 239개 동물보호센터 운영에 294억 8000여 만원의 세금이 투입된 바 있다.

‘사지 말고 팔지 마세요.’ 우리도 펫샵의 반려동물 판매금지에 목소리를 높임이 어떨까.

채수지 변호사. ⓒ본인 제공
채수지 변호사.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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