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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인간극장'이 올해 첫 작품으로 선보인 5부작이 종영 후에도 화제가 되고 있다. 다큐멘터리로 10%대의 시청률을 보여온 '인간극장'은 이번 작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로 주간 평균 시청률 20.1%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30대 젊은 부부의 산골 생활에 굳이 명문대 출신임을 강조한 예고편은 옥의 티지만 5부작이 담아낸 메시지는 깊고 오래갈 여운을 남겨놓았다. 돌아보면 도시의 혜택을 중독으로 인식하고 소비보다 순환의 삶을 찾아 자연과 농촌으로 옮겨간 가족 이야기는 종종 소개되곤 했었다. 그들과 달리 이들 주인공 부부가 색다른 감동을 준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연배의 시청자 처지에서 볼 때 그것은 무엇보다 새로운 이미지의 자극 때문이었다. 부유한 노부부의 안락한 전원주택 또는 생태주의를 실천하는 선각자의 신념 어린 노동 같은 이미지들이 적극적인 농촌 이주의 의미를 양분해서 포장해 왔다면, 이번 부부의 모습은 도시인의 외모와 감각적인 패션을 유지한 채 실용적인 생활의 면모로 다가왔다. 이런 이미지 덕분에 도시에서 값비싼 웰빙을 소비하는 이들에게 그들 부부의 삶은 매혹적인 모델로 불쑥 떠오른 것이 아닐까. 이를테면 생활한복을 입지 않아도, 인터넷을 하면서도, 간편하게 전기 두부제조기를 쓰면서도, 의미 있고 멋있으며 행복한 농촌 생활이 가능하다는, 인식 이전의 이미지 혁명으로 다가온 것이지 싶다.

수행과 성찰로 얻는 깨달음이나 운동 논리로 추구하는 대안도 물론 지켜보는 이들에겐 감염의 효과가 있지만 때때로 너무 독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점에서 그들 부부의 삶은 소박하고 고생스럽긴 매한가지일 수 있으나 '나도 저렇게 살아볼까'하는 욕구를 당장에 불러일으킬 정도로 즉각적인 이미지의 호소력을 갖고 있었다.

돈이 부족하고 잠자리가 불편하며 난방이 시원치 못하고 농사가 서툴러도 그들 부부는 전북 무주 산골 그 꼭대기에서 마치 최고급 주상복합 고층 아파트를 선전하는 톱모델의 CF 만큼이나 매력적인 라이프 스타일로 나 같은 또래 시청자들을 유혹한 셈이다.

목돈 만들기와 분양 경쟁과 평수 늘리기의 악다구니 속에서 생기를 잃고 푸석푸석해지는 당신의 인생이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고 가볍게 몸을 움직인다면, 그들 부부처럼 노동과 사랑과 꿈을 한 뼘씩 멋지게 성취하는 인생으로 바뀔 수 있다고, 슬슬 시작해 보라고, 그렇게 속삭이는 한 편의 CF를 본 것 같은 기분이다.

대안적 삶의 전파는 설득의 명분이나 대리 만족의 상징 또는 운동에 대한 동참의 의무로 이루어지기보다는, 내 생활의 현주소보다 반 보 앞서서 내 삶의 낙후성을 환기시키고 살며시 손짓해 주는, 그런 멋있는 이미지에 동화되고 싶게끔 만들면서 시작되는가 보다. 여성운동도 진보도 개혁도 그렇게 이미지의 유혹으로 다가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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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휘

문화평론가

하자작업장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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