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아 중앙대 교수 논문 발표
"비정규직·니트 비율 증가와 상관관계"
최근 2030 여성의 자살률 증가 배경에는 2018년부터 더욱 심화된 노동시장 내 청년여성의 위기와 그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여성학회 학술지 ‘한국여성학’ 최근호에 실린 ‘노동시장에서의 위기심화와 청년여성 자살률’ 논문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앞서 전문가들은 20대 여성의 자살률과 자살시도율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사회적 관심도 대책도 없는 여성노동의 현실을 ‘조용한 학살’로 진단하고 성인지적 일자리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논문이 인용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5∼29세 여성 자살률은 2011년 인구 10만명당 24.6명에서 2017년 13.4명으로 지속적으로 줄었다. 그러나 2018년 13.9명으로 반등한 뒤 2019년 16.5명, 2020년 19.4명, 2021년 20.2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30∼34세 여성 자살률 또한 2011년 24.4명에서 2017년 16.4명까지 계속 감소했다가 2018년 18.6명, 2019년 19.5명, 2020년 19.4명, 2021년 21.6명으로 반등했다.
이 교수는 실업률과 청년여성 자살률 간에는 일관된 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자리의 질을 반영하는 비정규직, 시간제 근로 비중은 2018년을 기점으로 증가한 청년여성 자살률과 관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여성 자살률과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25∼29세 비정규직 비율은 2011년(22.99%)부터 2018년(23.34%)까지 정체 수준이었으나 2019년 29.64%로 급증한 뒤 2020년 27.69%로 주춤했다가 2021년 31.94%로 다시 늘어났다. 이 경향은 30∼34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는 많은 청년여성이 실업을 경험하거나 비정규직, 시간제 노동으로 흡수됐고 이는 여성의 노동시장 내 주변화가 심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 교수는 평가했다. 이 상황에서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했고 더 많은 여성이 고용의 양적, 질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그는 부연했다.
이 교수는 또 25세 이상 및 30대 여성의 경우 니트(NEET·학업이나 일, 구직을 하지 않는 무직자) 비율이 자살률과 긴밀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30∼34세 여성 실업자와 비경제활동 인구(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인구) 중 활동 상태를 '쉬었음'이라고 답한 비율은 2017년 4.63%에서 2021년 6.79%로 크게 늘었다.
25세 이상, 30대의 경우 비경제활동의 이유 중 취업, 진학 준비가 심리적 고통을 증가시킬 수 있고 구직단념자도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청년여성의 니트 비율과 자살률 간의 정(+)적인 관계는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청년여성이 생존의 위기에 몰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연구결과에 대해 "2018년부터 더욱 심화된 노동시장 내 청년여성의 위기와 그로 인한 절망이 자살률을 설명하는 주요한 요인임을 함의한다"고 말했다.
또 "여성의 노동시장 주변화와 배제는 결혼-출산 규범이 아닌 노동중심의 생애계획을 갖고 있는 여성에게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할 수밖에 없다"며 생활의 어려움과 미래 불확실성 등이 겹치는 아노미적 상황은 자살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자살의 원인을 일자리, 노동시장에서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청년여성의 절망은 사회구조적,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청년여성의 자살을 정신병리학적 문제로만 접근하면 개선이나 해결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며 "자살을 유발하는 사회적 원인에 대한 분석적 연구가 필요하며 노동시장 내 차별과 여성 노동의 주변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