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코써치 “여성 사외이사 속도 더뎌질 수 있어”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의 전체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이 처음 100명을 넘어섰다. 사외이사 4명 중 1명만 여성인 셈이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매출 상위 100대 상장사의 지난해 공시 내용 등을 토대로 ‘2023년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현황 분석’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는 총 45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은 107명으로 23.7%를 차지했다. 여성 사외이사는 2020년 35명(7.9%)에서 2021년 67명(15%), 2022년 94명(21%)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를 둔 곳도 증가하고 있다. 2020년 30개사에서 지난해 88개사로 늘었다. 사내이사까지 포함해 여성이 이사회에 1명 이상 진출한 기업은 모두 94곳이었다.
사외이사를 포함해 100대 기업 이사회에 여성 구성원이 늘어난 배경은 자산 2조원이 넘는 기업에서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채워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 자본시장법이 2022년 8월 시행됐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규정을 지키지 않더라도 제재하는 조항은 없다.
여성 사외이사의 연령대는 1966년생과 1967년생이 각 9명으로 가장 많았다. 100대 기업의 1980년대생 사외이사(6명)는 모두 여성으로 파악됐다.
여성 사외이사의 출신은 학계가 52.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재계(26.2%), 법조계(18.7%) 순이었다. 학계 출신 사외이사 비율은 전년 대비 7.7%포인트 증가했지만, 법조계는 5.8%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여성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기업은 SK이노베이션으로, 6명 중 3명이 여성이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모두 더한 100대 기업 이사회 등기임원은 728명이며, 이 중 여성은 116명(15.9%)으로 전년 대비 2.2%포인트 증가했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100대 기업 중 상당수는 최소한의 법 규정만 충족하기 위해 여성 이사 1명 정도만 이사회에서 활약하는 곳이 많다”며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여성 사외이사 증가 속도는 다소 더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