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미지급자 이름·나이·주소·얼굴 공개
“고소 두렵지만, 아이 자라는 상황에 물러날 곳 없어”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 김은진씨가 5일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대표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양육비 미투 캠페인'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 김은진씨가 5일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대표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양육비 미투 캠페인'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이혼 후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구본창 배드파더스(현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대표가 명예훼손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양육비 문제 해결을 바라는 피해자들이 양육비 미지급자의 정보를 직접 올리기 시작했다. 이틀 만에 이미 10여명이 참여했다.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양해들) 대표는 6일 여성신문에 “양육비를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고, 국회에 잠들어 있는 양육비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직접 미지급자의 정보를 올리는 ‘양육비 미투(Metoo)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캠페인은 양육비 피해자들이 직접 구 대표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양육비 미지급자의 이름·얼굴·나이·주소 등 인적사항을 공개하며 양육비 관련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는 식으로 진행된다.

과거 배드파더스 및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은 운영진이 양육비 피해자에게 양육비 이행명령·감치명령 등 법적 서류를 확인한 뒤 미지급자의 인적사항을 등록하는 절차를 통해 신상공개가 이뤄졌다.

반면 이번 캠페인은 운영 주체 없이 개별 양육비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미지급자의 정보를 올린다는 게 구 대표 설명이다.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캠페인인 만큼 참여 여부와 범위를 온전히 당사자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양해들 운영진은 이번 캠페인에 일절 개입하지 않고, 저만 개인 활동가로서 가이드라인 제공 등의 지원에 나선다”며 “기존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사이트와 '양육비 미투 캠페인'은 완전히 별개의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은진씨는 1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양육비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삭발시위를 진행했다. ⓒ박상혁 기자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은진씨는 1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양육비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삭발시위를 진행했다. ⓒ박상혁 기자

첫 캠페인 참가자인 김은진(45)씨는 여성신문에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 앞에서 삭발시위까지 했지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형사고소를 당할까봐 두렵지만, 아이가 자라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자 신상공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양육비 선지급제, 형사처벌 간소화 등 국회에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줄일 수 있는 법안이 수십 개 잠들어 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형량을 대폭 늘릴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달 4일 대법원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본창 대표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형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얼굴과 이름, 주소 등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가 양육비 미지급이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했지만, 특정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 자체가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신상공개 정도가 지나쳐 사적제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배드파더스의 뒤를 이어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하던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은 구 대표의 유죄 판결 이후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구 대표는 “현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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