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한 달 대중교통 요금 7만1745원
기후동행카드 감면 혜택은 7000원 정도
서울만 적용되는 요금체계로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 내기 어려워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 5000원으로 서울시 내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다. ⓒ연합뉴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 5000원으로 서울시 내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다. ⓒ연합뉴스

기후동행카드는 판매를 시작한 지 열흘 만에 31만 장이 넘게 팔리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름처럼 기후와 동행하기 위해서는 금액을 낮추고, 자동차 억제 정책과 함께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9월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도입으로 연간 1만3000대 가량의 승용차 이용이 감소하고, 연 3만2000톤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감축효과는 주중 승용차로 출·퇴근하거나 주말에 승용차를 이용하던 사람이 대중교통으로 수단을 전환하는 경우를 포함한 수치다. 즉 승용차 이용객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으면 서울시가 기대한 감축효과는 달성하기 어렵다.

“감면 혜택 7000원에 그쳐”

50명이 대중교통과 자가용 사용할 때의 도로의 차이 ⓒ뉴질랜드녹색당
50명이 대중교통과 자가용 사용할 때의 도로의 차이 ⓒ뉴질랜드녹색당

문제는 기후동행카드가 승용차 이용자들이 출퇴근 수단을 대중교통으로 전환할만한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서울시민의 한 달 평균 대중교통 요금은 7만1745원으로 6만 5000원인 기후동행카드의 감면 혜택은 7000원 정도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민호 기후행동팀장은 “기후동행카드 가격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자가용 이용을 줄이기 위해선 자동차 억제 정책과 병행되거나, 기후동행카드의 요금이 지금보다 훨씬 저렴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동행카드의 모티브가 된 것은 독일의 49유로 티켓(D-Ticket)이다. 49유로 티켓을 이용하면 기존 대중교통 이용료의 절반 이상의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베를린의 한 달 정기권은 119유로(BVG), 프랑크푸르트의 한 달 정기권은 106유로(RMV)로 49유로 티켓을 사용할 시 각각 58%, 53% 할인 혜택을 받는다.

조삼모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해 버스요금을 300원 지하철 요금을 150원 인상했다. 같은해 9월 정의당은 서울시가 대중교통 가격을 인상하고 기후동행카드로 생색낸다고 비판했다.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를 만들고 한편에서는 남산혼잡통행료 면제를 했다며 “일관된 기후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15일부터 남산 1·3호 터널을 통해 서초구와 용산구 방향으로 가는 차량은 통행료를 면제했다.

전국에서 사용가능한 통합권 필요

기후동행카드 이용가능 구간만 표시된 지하철노선도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이용가능 구간만 표시된 지하철노선도 ©서울시

기후동행카드은 현재 경기·인천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사는 박모(27)씨는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하면 매월 만 원 이상 교통비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구매했지만 제일 많이 이용하는 88, 83번 버스에서 사용이 안 돼 오히려 돈만 날렸다”고 말했다. 

서울을 오가는 88번 83번 버스는 경기 부천 소속으로 기후동행카드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 팀장은 “서울시민에게만 혜택이 가고, 경기인천 시민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경기도와 인천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시민은 141만 여명이다.

무제한 교통패스를 도입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기후동행카드처럼 한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독일의 49유로 티켓(D-Ticket)과 오스트리아의 ‘기후 티켓(KlimaTicket)’ 모두 한 지역이 아닌 국내 모든 지역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독일의 49유로 티켓은 고속철도(ICE)등을 뺀 지하철·버스·트램 등 ‘전국’의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오스트리아 기후티켓은 공공 버스, 트램, 기차 등 상관없이 모든 대중교통으로 오스트리아 전역을 이동할 수 있다.

이 팀장은 “하나의 통합권이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며 “각자의 지자체 예산으로는 통합권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을 통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류세·혼잡통행료로 재원 마련 가능

 유류세 인하 조치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다.ⓒ연합뉴스
 유류세 인하 조치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다.ⓒ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재원은 혼잡통행료, 유류세 등을 통해서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남산혼잡통행료는 1996년 만들어질 당시 2000원이었다. 통행료를 올려 세수를 늘렸을 때 대중교통에 투자할 수 있는 수입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유류세를 주목했다. “코로나19 이후 유류세 인하가 지속되고 있다”며 “유류세를 다시 높이고 이를 대중교통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는 고물가 대응책으로 유류세 인하 정책을 이어나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2년 한 해만 유류세 감면으로 세금이 5조5000억원 줄었다.

대중교통에서 공공교통으로

서울시정 핵심 철학은 ‘약자와의 동행’이다. ⓒ서울시
서울시정 핵심 철학은 ‘약자와의 동행’이다. ⓒ서울시

고 연구원은 대중교통에 대한 관점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 지하철이 계속 적자라는 얘기가 나왔다”며 “대중교통을 낭비가 아닌 기후위기에 대응을 하고 교통 복지 차원에서 시민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중교통 자체가 사실 교통약자를 위한 수단”이라며 “지금 전기 버스는 대부분 저상버스다. 이 자체가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측면도 있다. 지하철도 기본적으로 여성과 노인들이 더 많이 사용한다. 때문에 공공의 차원에서 대중교통이 계속해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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