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023년 12월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023년 12월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정치권에서 느닷없이 청년끼리 비판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청년들이 가치와 비전으로 경쟁한다면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요즘 일부 유명 청년정치인 행태가 인신공격성 비난으로 흘러갈 조짐이란 점이다. 특히 정계개편 움직임과 맞물려, 일부 청년정치인 행보는 총선을 앞두고 자기 몫 챙기기에 바쁜 기성정치권의 구태를 닮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보수에서는 최근 이준석 신당(개혁신당) -장예찬의 ‘캡사이신-콜레스테롤’ 논쟁이 벌어졌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이 ‘이준석 신당’(개혁신당)을 자극적 양념인 캡사이신을 뿌리다가 범벅인 된 음식에 비유했다. 그러자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민심을 외면하고 대통령에게만 조아리며 우리 사회에 해악만 끼치는 정치 콜레스테롤들이 말을 하고 있다”며 장 전 최고위원의 발언을 비꼬았다. 언뜻 보면 재미있는 풍자(?)이지만, 한때 보수의 미래로 촉망받던 청년정치인들 논쟁이 이 정도 수준인 것인지 씁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의원 출신 A씨는 “청년정치인으로 주목받던 이들이 역설적으로 청년정치에 대한 기대를 떨어뜨리고 청년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양소영 전국대학생위원장의 지난 2일 탈당이 파문을 일으켰다. 양 위원장은 탈당파 의원들이 주도하는 (가칭)개혁미래당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또 신당 내부의 청년당 대표를 겸직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그의 선택은 민주당 대학생위원들은 물론 이 조직을 응원하던 이들에게 충격적이었다.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는 불과 한 달 전쯤인 지난 연말, 힘을 모아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시대적 담론과 의제를 제시했고, 전국의 민주당 대학생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청년 유권자와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필자도 당시 그 행사에 직접 참여하고 취재하며 대학생들의 통찰력, 개방성에 박수를 보냈다. 이런 토론은 한 사람의 힘으로 결코 진행될 수 없고, 전국 곳곳 대학생들의 고민과 노력으로 맺은 결실이라는 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청년 고통에 공감하며 정치조직다운 대안을 모색하는 점도 빛이 났다.    

다만 그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양 위원장이 갑자기 탈당했고, 이에 실망하고 분노한 각 지역 대학생원회의 논평이 쏟아지는 상황은 슬프고 안타깝다. 그가 주장하는 탈당 이유에 대한 평가는 미뤄두고서라도, 총선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다른 당에 가서 청년조직을 맡겠다는 그의 행보가 과연 그동안 대학생위원회를 키워온 다수의 대학생·청년 정치인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발탁되었던 류호정 (전)의원의 탈당과 가치 번복 논란을 둘러싸고, ‘청년정치 수혜자가 청년정치 파괴자가 되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각 지역 대학생위원회는 조만간 지도부를 재정비하고, 내부 논의를 통해 다시 뛰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당에 있든, 청년정치인들은 청년답게 멋있고 담대한 정책과 행보로 다시 경쟁하기를 기대해본다. 

동시에 여야 지도부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두 정치인은, 이런 혼란스런 시기에 청년 정치인들에게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 지도자는 구태 정치에 청년을 활용하고 상대를 비난하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간다. 말로만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청년의 삶을 바꿀 정책을 고민해 내놓는다.  

또 정계개편 흐름 속, 소위 ‘자리’를 주겠다는 일각의 제안과 비난 여론전에 등장해 주목을 받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각 당에 남아 있는 청년들 역시 한국 정치의 자산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커온 정당이 단점보다 장점을 살리려면, 가치·정책을 공유하며 활동해온 청년들이 제대로 능력을 펼치도록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객원교수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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