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활동을 아동학대로 왜곡...교육활동 위축 우려”
대법 판결 배치되는 수업 ‘몰래녹음’ 증거 인정도 반발
주호민 “장애아동 부모-특수교사 대립으로만 보여 답답...
이번 판결이 현장의 제도적 개선 계기 됐으면”

웹툰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특수교사들과 교원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반해 수업 ‘몰래 녹음’을 법적 증거로 인정했으며, 특수교육 현장의 특성도 간과한 판결이라는 주장이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이 2일 수원지법 정문 앞에서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특수교사에 대한 1심 유죄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제공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이 2일 수원지법 정문 앞에서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특수교사에 대한 1심 유죄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제공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은 지난 2일 수원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취지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학생의 문제 행동으로 인한 교육활동이었고, 지속성과 반복성이 없었음에도 국어 예문으로 사용된 문장과 ‘너’라는 반복 지칭을 했다는 이유로 미필적 정서학대의 고의성을 인정해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그 기준이 얼마나 모호하고 주관적인지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또 “판결의 결정적인 요인은 고소인 쪽의 불법 녹취 자료가 법적 증거로 인정됐기 때문”이라면서 “장애인이 배움으로 자신을 완성해 나가는 존재가 아니라 ‘불법적인 자료로라도 옹호해야 할 만큼 일반인과는 다르고 예외적인 존재’로서 대중에게 인식되는 데에 한 몫을 더했다”고 밝혔다.

여난실 한국교총 회장직무대행이 2023년 8월1일 수원지방법원을 찾아 웹툰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공
여난실 한국교총 회장직무대행이 2023년 8월1일 수원지방법원을 찾아 웹툰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공

양대 교원단체들도 이번 판결에 유감을 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일 “이번 판결은 불법 몰래 녹음을 인정해 학교 현장을 불신과 감시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라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몰래 녹음과 아동학대 신고가 이어질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교원이 고통받고 교육 현장이 황폐화될 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규탄했다. 

교총은 “특수교육 여건상 교사는 지도과정에서 좀 더 강하게 의사를 표현하거나 제지해야 하는 상황이 있고 혼자 넋두리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런 것들만 몰래 녹음한 내용으로 처벌한다면 어떤 교사가 자유로울 것이며 누가 적극적으로 학생 교육에 임하겠느냐”며 “특수교사들은 장애 학생들과 밀착 접촉하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폭언‧폭행까지 감내하며 해당 학생과 여타 학생들의 교육, 안전 보호, 생활지도를 위해 열정 하나로 버텨왔는데 이번 판결로 교육활동은 크게 위축될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날 “특수교사의 헌신을 아동학대로 왜곡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해당 교사는 학교폭력 조치라는 이유로 특수학급에 분리된 학생을 관리해야 했으며, 별도의 지원 없이 홀로 생활지도의 책임을 감당해야 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상황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생활지도 과정에서 나온 특정 발언들만 자의적으로 해석해 유죄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또 “교실 속 불법 녹음을 사실상 허용해 교사와 보호자 간의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고 특수·통합교육 현장을 극도로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교육활동 정상화를 위해 불법 녹음 및 청취와 같은 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도 촉구했다. 

웹툰작가 주호민씨가 1일 자신의 트위치 채널 '주펄'에서 생방송을 하며 자신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특수교사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웹툰작가 주호민씨가 1일 자신의 트위치 채널 '주펄'에서 생방송을 하며 자신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특수교사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지난 1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 재판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에게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 교사는 2022년 9월13일 경기도 용인 모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씨 아들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말하는 등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주씨의 아내가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파일이 증거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대화 내용이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한다면서도, 피해자의 모친이 장애인인 자녀의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대화를 녹음했다는 특수성을 인정해 녹음 행위가 정당하다고 봤다. 

앞서 지난 1월 대법원은 학부모의 교실 내 수업 ‘몰래 녹음’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교육부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교육활동 중인 교원의 영상‧화상‧음성 등을 촬영‧녹화‧녹음‧합성하여 무단으로 배포하는 행위’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

주호민 “장애아동 부모-특수교사 대립으로만 보여 답답...
이번 판결이 현장의 제도적 개선 계기 됐으면”
 

주씨는 지난 1일 판결 후 온라인 방송 플랫폼 트위치를 통해 직접 심경을 밝히며 “이번 판결이 기쁠 리 없다. 아이가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뿐이라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장애 부모와 특수 교사 대립으로만 보여 답답하다”며 “(이번 판결로 교육 현장이) 위축된다기보다는 제도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는 게 좋지 않을까”, “극히 일부의 일로 특수교사들의 헌신을 폄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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