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시민감시단 ‘걸림돌’ 선정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이하 전성협)가 장애에 대한 몰이해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경찰관, 아동 성착취 범죄의 특수성을 간과한 판사 등을 피해자 인권 보장에 ‘걸림돌’로 지목했다. 

전성협은 지난달 31일 정기 총회에서 2023년 성폭력 사건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2차 가해한 사건 담당자 12명(6개 사건)을 ‘걸림돌’로 선정하고, ‘특별 걸림돌’ 사례 1건 등을 선정해 발표했다. 

전성협은 시민감시단은 2004년부터 매년 전국 경찰서·검찰청·법원의 성폭력 수사·재판 과정 및 결과를 모니터링해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한 이들은 ‘디딤돌’로, 침해한 이들은 ‘걸림돌’로 선정했다.

전남 장흥군의 한 마을에서 주민 13명이 여성장애인 한 명을 대상으로 2017~2021년 반복적으로 성폭행했지만, 가해자 13명 중 10명은 불송치 결정이 났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전남 장흥군의 한 마을에서 주민 13명이 여성장애인 한 명을 대상으로 2017~2021년 반복적으로 성폭행했지만, 가해자 13명 중 10명은 불송치 결정이 났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장애 몰이해에 2차 가해

전남 장흥군의 한 마을에서 주민 13명이 여성장애인 한 명을 대상으로 2017~2021년 반복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성폭행을 인정한 피의자 1명, 사망한 2명을 제외한 10명에 대해 전부 불송치 결정이 났다.

전성협은 “사건 담당 경위는 장애인 학대 통보제에 따라 해당 사건은 장애인 권익옹호 기관에 통보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았다”며 “또한 이들은 철저히 피해자 책임론 관점으로 수사했다”고 걸림돌 선정 이유를 밝혔다.

당시 담당 경위들이 작성한 불송치 이유서에는 ‘피의자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충분한 상황에서 회피의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등이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 신병확보를 하지 않은 채 무고죄 언급

수원남부경찰서 B 경위도 걸림돌로 선정했다. 지난해 클럽에서 만난 남성이 여성을 강간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만취해 자는 사이 성폭행했다. 전성협에 따르면 B 경위는 가해자 신병확보를 하지 않은 채 피해자에게 폭행이 있었는지 묻고, 피해자가 없었다고 하자 피해자에게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협은 “가해자 신병확보를 하지 않은 채 피해자 조사 시 무고죄를 언급하는 등의 미진한 수사로 인해 또 다른 피해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가해자 관점에서 사건 해석

전주지방검찰청 C 검사도 걸림돌에 이름이 올랐다. B검사는 직장 상사인 가해자가 피해자를 기습적으로 추행하고, 술에 취한 피해자를 강간 시도했음에도, 피해자가 피해 직후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가해자와 일상적인 교류를 했다는 정황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가 없었을 것이라며 불기소 결정했다.

의제 강간 취지 몰각

금전적 이익을 매개로 접근한 아동 성착취 범죄의 특수성을 간과한 판사도 걸림돌로 지목됐다. 

지난해 6명의 가해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초등학생 2명을 게임기 등으로 유인해 성착취를 한 사건이 발생했다. 검사는 최소 3년에서 최대 20년을 구형했으나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제1형사부 D 판사는 피고인 1명은 벌금형을 나머지 5명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전성협은 “피해자가 성인 가해자에게 저항하거나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판단했다”며 “이는 금전적 이익을 매개로 접근한 아동 성착취 범죄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의제강간을 강간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취지를 몰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장실 불법 촬영은 음란물 아냐”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소속 3명의 판사도 걸림돌로 호명됐다. 이들은 여자 화장실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47회에 걸쳐 피해자들을 촬영한 가해자에게 징역 5년형(1심)을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로 감형했다. 

이들 판사들은 감형 이유에 대해 ‘화장실 이용 행위 자체가 일반인에게 성적 불쾌감 등을 일으키는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등을 이유를 들었다. 전성협은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몰이해가 낳은 부적절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 심신상실 상태에도 가해자 무죄 판결

대법원 제2부 대법관 4명도 걸림돌로 선정했다. 2017년 5월 클럽에서 만난 만취한 여성을 모텔로 옮겨 간음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이들은 무죄를 판결했다. 전성협은 “CCTV를 통해 객관적으로 피해자가 심신상실 상태임이 확인된 준강간 사건”이지만 대법원은 “가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성관계에 동의하였을 가능성을 설시했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전성협 지난달 31일 ‘제24차 정기총회’를 열고 13기 집행부를 선출했다. 총회에서는 디딤돌 시상식과 협회 회원들의 공연이 진행됐다.

*성폭력·성희롱 피해 신고는 경찰청(☎112), 상담은 여성긴급전화(☎지역번호 + 1366)를 통해 365일 24시간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뉴스 댓글란을 통해 성폭력·성희롱 피해자 대한 모욕·비하 및 부정확한 정보를 유포하는 것은 여성폭력방지법의 2차 피해 유발에 해당합니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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