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드가, 다림질하는 여성들(Les repasseuses), 1884, oil on canvas, 76 x 82 cm, 오르세 미술관 소장.
에드가 드가, 다림질하는 여성들(Les repasseuses), 1884, oil on canvas, 76 x 82 cm, 오르세 미술관 소장.

여성의 집안일이 사회로 이전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이다. 세탁, 청소는 물론 음식 준비 그리고 돌봄까지 직업으로 발전했다. 이를 가사노동의 사회화라고 부르는데 오늘날은 사회화보다는 시장화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정도로 상업화됐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증가하고 사회가 세분화하면서 가사 노동도 상품으로 시장에서 거래되고 새로운 직업이 돼 등장했다.

발레하는 장면을 많이 그린 화가, 에드가 드가가 19세기 파리 세탁소의 풍경을 그렸다. 드가는 많은 발레리나 그림을 통해 신체의 아름다움과 역동성을 보여줬다. 이 그림에서는 가사노동을 직업으로 하는 두 여성의 움직임을 그렸다. 두 손을 모으고 신체 하중을 사용해 힘껏 누르는 어깨와 팔의 힘, 걷어 올린 팔 근육, 한껏 기지개를 켤 때 나타나는 동작과 하품할 때 팽창하는 얼굴 근육 등 노동에 필요한 신체적 움직임을 보여준다.

드가는 그림의 가치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마음의 눈을 통해 그림 속 장면이 지닌 본질적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데 있다고 역설해 왔다. 이 그림도 하루종일 반복되는 노동을 하는 여성들의 고단함과 그들의 노동에 지닌 가치에 주목했다.

드가가 전하고 싶었던 여성 노동의 고달픔은 19세기에만 존재하지 않았다. 오늘날 가사노동 종사자의 약 80%가 여성이다. 가사노동이 시장화하면서 직업으로 삼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 집안일에 익숙한 여성들이 특별한 전문지식 없이도 직업으로 삼기가 수월하다. 그러나 화폐로 환산한 가사노동 가치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 노동조건도 다른 노동에 비해 열악한 편이다.

직업으로서의 가사노동은 육체노동에 감정노동까지 더해져 그 무게가 무겁지만, ‘반복되는 일상’으로 저평가됐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양적으로 확대돼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여성들이 늘어난 시대다. 여성 노동의 질적 향상과 노동 환경 개선에도 관심을 두어야 할 때이다.

이은주 사회학자·작가 ⓒ이은주씨 제공
이은주 사회학자·작가 ⓒ이은주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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