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 따른 감경 요청 기각
유족들 "무기징역 납득 못해…세상 원망스럽다"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2023년 8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2023년 8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행인들을 차로 들이받고 백화점에 들어가 흉기를 휘둘러 14명의 사상자를 낸 최원종(23)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부(강현구 부장판사)는 1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최원종에게 이같이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공공장소에서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를 일으키게 했고, 사건 발생 후 테러를 예고하는 게시글이 빈번하게 올라오고 미성년자도 이러한 글을 작성하거나 열람하는 등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여러 증거에 비춰보면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되고, 재범 위험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에는 그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해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른다는 원칙을 천명함으로써 (이런) 범행이 재발하지 않게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의 '조현병 발현에 의한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에 따른 형의 감경'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신감정 결과 감정인은 피고인의 환청, 피해망상, 관계망상 등 지각 및 사고 장애가 이 사건 범행 발생 2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약 1년 전~4개월 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며 "그러나 범행 후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기억해 진술했고, 차후 자신의 신병 처리에 대한 고려까지 한 점 등을 볼 때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요청한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해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라는 점을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사형의 선고요건이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사건같이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무기징역이 확정된 수형자에게 가석방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하는 무기징역 효과를 달성하는 방법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무기징역은 20년 수감 후 가석방이 가능하다. 이를 고려해 재판부는 최원종에 출소 후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을 방청한 한 유족들은 판결 직후 "우리 딸이 누구 때문에 죽었나. 피고인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 무기징역 판결한 것은 납득이 안 된다", "범죄자는 살고, 피해자는 죽었다. 세상이 너무 원망스럽다" 등 무기징역 판결을 비판했다.

최원종은 지난해 8월 3일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분당점 부근에서 모친의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일면식도 없는 시민 5명을 들이받고, 이후 차에서 내려 백화점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원종이 운전한 차에 치인 김혜빈(사건 당시 20세) 씨와 이희남(당시 65세) 씨 등 2명은 병원에서 치료받다 숨졌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