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저녁 ‘Love Myself 2024 Class’
‘취향 전문가’ 윤광준 작가 강연

 

윤광준 작가가 지난 29일 저녁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여성신문의 ‘Love Myself 2024 Class’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윤광준 작가가 지난 29일 저녁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여성신문의 ‘Love Myself 2024 Class’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당신의 취향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답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며 신중하게 답을 고르는 일이 늘었다.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모르는 티를 내기 싫어서 대강 얼버무리는 일도 늘었다.

남들 눈치만 보지 말고 나만의 답을 찾는 일, 내게 진정 좋은 것을 찾아내고 만끽하는 일. 윤광준 작가는 20년 넘게 그런 삶의 기술을 갈고닦아 온 ‘취향 전문가’다. 독특한 선별안으로 ‘생활명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나만의 확고한 취향을 갖는 일이 삶을 흥미롭고 윤택하게 한다고 믿는다. 빈 캔버스처럼 밋밋한 삶의 풍경에 아름다운 점 하나를 찍는 일이다.

“뭔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100가지 정도 설명할 수 있나요? 설명할 수 없다면 취향이 아니에요. 나만의 기준이 없으면 세상의 말들에 쉽게 휩쓸리죠. 인터넷에서 찾은 이야기만 하고, 뭐 먹을까 물으면 ‘너 가는 데 가자’고만 하고요. 남의 욕망을 내 것처럼 이야기하게 돼요.

내 취향이 단단해져야 비로소 구체적인 행복을 택할 수 있어요. 많이 보고 겪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까워지려면 평생 나만의 취향을 찾아야 해요.”

윤 작가는 유명 예술잡지를 두루 거친 글 쓰는 사진가다.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 등 예술 전반을 탐닉하며 자신이 발굴한 아름다움을 세상과 나눴다. 『심미안 수업』, 『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등 저서를 펴냈다. 지난 29일 저녁, 서울 서초동 모처에서 열린 여성신문의 ‘Love Myself 2024 Class’ 강의자로 나섰다. (사)여성문화네트워크(대표 박선이)가 폭넓은 경험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나만의 취향을 찾고 나를 이해하는 장을 만들고자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각계에서 활약하는 여성 15명이 참석했다. 

윤광준 작가가 지난 29일 저녁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여성신문의 ‘Love Myself 2024 Class’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윤광준 작가가 지난 29일 저녁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여성신문의 ‘Love Myself 2024 Class’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윤 작가가 택한 주제는 “아름다움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바꿔 말하면 “좋고 아름다운 게 뭔지 몰라 삶이 거칠어진다”. “우리 세대는 가난에 익숙하죠. 삶을 즐기지 못하는 상태에 익숙해요. ‘열심히 살았으나 행복하지 않다’가 한국인의 기본 상태 같아요. 한국 사회를 보면 ‘행복’의 구체성이 떨어져요. 그냥 잘살고 싶다고 해요. 내가 어딜 가서 누굴 만나고 뭘 해야 행복한지를 몰라요.”

“일상의 행복을 채우기엔 아름다움만 한 게 없다. 행복한 사람들은 삶을 예술로 채운다.” 윤 작가가 부유하고 명망 높은 인사들, 행복하게 나이 드는 사람들을 만나며 내린 결론이다. 대구의 유재성 태창철강 회장이 땅을 사고 40년 넘게 나무를 모아 조성한 경북 군위의 인기 수목원 ‘사유원’부터, 취미로 동네의 바우하우스 유산을 조사하고 해설하는 중년 독일인들, 파리 곳곳의 미술관을 다니며 편안하게 그림을 감상하던 프랑스 노인들 이야기도 들려줬다.

“파리는 미술관 문턱이 낮죠. 그림 앞에 앉아 오래 사색해도 바닥에 앉아 그림을 그려도 좋아요. 쾌적하고 아늑한 열린 교육의 장이에요. 우리나라 기성세대에겐 낯설어요. 미술관이라니 문턱이 너무 높죠. 우리가 받은 교육, 우리가 살아온 시간이 그랬죠. 하지만 재미있게 살려면 이 문턱을 없애야 합니다. 아름다움을 내 삶에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잘살고 싶다’보다 뭘 할 때 행복한지 알아야

행복한 이들의 습관 ‘삶을 예술로 채우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향과 종류의 커피를 마시고, 몇 줄이라도 글을 써 보세요. 미술관과 공연장을 자주 찾아가 보세요. 혼자라도 좋아요. 취향도 안목도 자주, 꾸준히 반복해 본 사람을 못 따라가요.

그냥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내 걸로,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습관을 들여 보세요. 시험공부하듯 지식과 정보만 줄줄 외는 건 이제 네이버, 챗GPT가 우리보다 더 잘해요. 지식보다 경험과 행동이 나를 더 행복에 가까워지게 합니다.

인간은 경탄하려고 예술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예술 작품에 놀라고 감동하다 보면 다음 것을 찾게 되고, 단계를 높여 탐닉하다 보면 내 취향과 안목이 생기지요. 몇 번이나 하면 되느냐고요? 그 질문 자체가 우리가 받아 온 교육과 똑같아요. ‘석 달 완성’, ‘과정은 됐고 결론만’. 그 과정 하나하나가 삶을 즐겁게, 아름답게 해요. 죽을 때까지 하는 거예요.

미술관 그림 앞자리는 늘 비어있어요. 여러분의 자리예요. 몰라도 괜찮아요. 그림을 보면서 내 감정을 따라가 보세요. 해설에 의지하지 않아도 여러분이 살아온 시간만으로 충분해요.”

(사)여성문화네트워크(대표 박선이)가 지난 29일 저녁 서울 서초동 모처에서 ‘Love Myself 2024 Class’를 열었다. 강연을 맡은 윤광준 작가와 박선이 여성문화네트워크 대표, 이건 여성신문 부사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사)여성문화네트워크(대표 박선이)가 지난 29일 저녁 서울 서초동 모처에서 ‘Love Myself 2024 Class’를 열었다. 강연을 맡은 윤광준 작가와 박선이 여성문화네트워크 대표, 이건 여성신문 부사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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