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클라이번콩쿠르 최연소 우승 후 세계적 주목받아
막강한 팬덤 거느린 흥행 보증수표로 성장
새로운 청중 유입 선순환 효과도
“음악으로 말한다면 모두가 이해할 수 있어”

임윤찬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애플 명동점에서 열린 '애플뮤직 클래시컬' 앱 론칭 행사에서 연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윤찬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애플 명동점에서 열린 '애플뮤직 클래시컬' 앱 론칭 행사에서 연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구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새로운 클래식 예술가.” (톰 루이스 데카 공동 회장)

“젊은 피아니스트론 드물게 기술적 재능과 시적 감성을 겸비했다.” (미국 작곡가·음악 평론가 제드 디슬러)

갓 스물이 된 젊은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은 지금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음악가다.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8세에 역대 최연소 우승자가 되면서 ‘임윤찬 신드롬’이 일었다.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 영상은 1년 만에 조회수 1360만을 돌파했다.

국내에선 강력한 팬덤을 거느렸다. 경기 불황에도 그가 온다고 하면 연주회 티켓이 동난다. 임윤찬이 협연자로 나선 지난 25~26일 서울시향 음악회는 예매 시작 45초 만에 매진됐다. 서울시향이 시민 100명을 추첨해 초대하는 이벤트엔 1만6861명이 몰려 경쟁률 337 대 1을 기록했다. 이틀 모두 공연장 포토월엔 긴 줄이 늘어섰다. 대부분 2030 여성들이었다. 티켓이나 프로그램 북을 들고 ‘인증샷’을 찍는 젊은 관객이 많아 아이돌 가수 콘서트 같은 분위기였다.

29일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열린 애플뮤직 클래시컬 한국 런칭 기자간담회도 임윤찬이 참석한다는 소식에 취재진이 몰렸다. 공연장에도 간담회장에도 경호원이 동행했다. 클래식 음악가가 경호원을 대동하는 일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드물다. 임윤찬의 콩쿠르 경연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크레센도’는 개봉 약 한 달 만에 6만 관객을 돌파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베이스 퍼포먼스홀에서 폐막한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연주하고 있다. ⓒ반클라이번재단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베이스 퍼포먼스홀에서 폐막한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연주하고 있다. ⓒ반클라이번재단 제공

인기 비결은 실력이다. 임윤찬에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을 안겨 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결선 무대를 함께한 거장 지휘자 마린 알솝은 “경연 지휘를 하면서 눈물을 흘려보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음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고 평했다.

이후 임윤찬은 클래식 음악가들의 ‘꿈의 무대’를 돌며 연주회를 열었다. 일본 산토리홀 독주회는 2000석 전석이 매진됐다. 런던 위그모어홀 독주회엔 현지 음악 평론가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위그모어홀에 울려 퍼진 순수한 마법”(노먼 레브레히트)이라는 찬사도 나왔다. 지난해 클래식 명문 레이블 데카(Decca)와 레코딩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톰 루이스 데카 회장은 “시대에 한 번 나올 재능을 가지고 있는 임윤찬이 우리 데카를 선택해 줘서 기쁘다”고 극찬했다.

처음부터 천재로 주목받은 건 아니다. 어머니의 권유로 다른 클래식 영재들보다 서너 살 늦은 7세 때 동네 상가 피아노 학원에서 처음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어릴 적 어머니가 틀어주던 쇼팽과 리스트를 들으며 피아노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를 졸라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에 입학했지만 ‘기초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학생이었다. 15세에 2019년 윤이상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를 사사하고 있다.

콩쿠르 우승 후 임윤찬은 음반 두 장을 발표했다. 콩쿠르의 준결선 연주곡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실황 음반(스타인웨이), 광주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 실황 음반 ‘베토벤, 윤이상, 바버’(유니버설뮤직 코리아)는 이미 호평 세례를 받았다. 첫 스튜디오 녹음 음반이자 공식 데뷔 앨범은 올봄 데카에서 발매될 예정이다. 신보 발매 후 리사이틀에 나서며 오는 6월 국내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그보다 앞서 오는 2월21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쇼팽 에튀드 전곡을 연주한다. 

단단한 음악관·신념도 주목

새로운 청중 유입 선순환 효과도

앳된 외모만으론 상상하기 어려운 단단한 음악관과 신념도 주목받았다. 스승 손민수는 임윤찬을 ‘시간여행자’라고 부른다. “음악에 몰입해 사는 모습이 마치 18~19세기에 사는 듯”해서다. 임윤찬 본인도 “난 산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싶은 사람”이라며 “커리어에 대한 야망은 0.1%도 없다”, “성인이 되기 전 내 음악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보기 위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 나왔다. 우승을 떠나 공부할 게 많다”고 말했다. 자신의 음악에 영감을 준 인물로 “모든 것을 초월한” 음악을 남겼다는 신라 시대의 가야금 연주자 우륵을 꼽기도 했다. 

‘임윤찬 신드롬’은 클래식 세계에 새로운 청중을 끌어들이는 선순환 효과도 일으켰다. ‘임윤찬의 연주를 계기로 클래식에 빠져들었다’, ‘임윤찬의 공연을 보다가 다른 공연도 찾기 시작했다’는 팬들이 많다. 2022년 클래식 공연은 6894건으로 전년보다 26%P 늘었다. 티켓 판매 수도 약 244만매로 82%P, 티켓판매액은 약 648억원으로 72%P 증가했다. 2019년 대비 최소 2배 이상의 성장을 이뤘다. 임윤찬, 조성진 등 젊은 한국 연주자들의 인기가 클래식 공연 시장 급성장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예술경영지원센터, ‘2022년 공연시장 동향 총결산’).

단 일부 스타들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채로 클래식 시장의 저변 확대를 전망하기는 어렵다.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도록 긴 호흡으로 훌륭한 연주자들이 함께 빛을 볼 수 있게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9일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열린 애플뮤직 클래시컬 한국 런칭 기자간담회에서 깜짝 연주회를 열었다. ⓒ애플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9일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열린 애플뮤직 클래시컬 한국 런칭 기자간담회에서 깜짝 연주회를 열었다. ⓒ애플 제공

“매번 새롭다”는 찬사가 쏟아지는 임윤찬의 연주보다 긴 여운을 남기는 건 그의 말들이다. 애플뮤직 클래시컬 한국 런칭을 축하하며 그가 보낸 메시지다. “나는 음악을 들을 때, 삶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느껴보고 싶다. 음악을 통해 우리는 산 정상에 부는 바람을 상상해 보고, 꽃이 피는 소리도 듣고,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산책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음악은 우리를 꿈꾸게 한다. 음악은 경계를 초월하여 사람을 연결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음악으로 말한다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메시지를 내 음악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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