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북토크 현장

여성학자 정희진 박사가 지난 달 30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국제관에서 열린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북토크에서 독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신다인 기자
여성학자 정희진 박사가 지난 달 30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국제관에서 열린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북토크에서 청중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신다인 기자

『페미니즘의 도전』은 2005년 발간된 후 ‘페미니즘 교과서’로 불렸다. 발간이후 20여 년이 지났고, 페미니즘의 지형과 담론은 변화했다.

『페미니즘의 도전』이 사회 정의로서 여성주의를 소개했다면,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은 변화된 여성주의, 정체성의 정치 위주의 담론을 분석한다. 특히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변화해 온 한국 사회의 젠더 권력과 여성주의를 살펴보고 더불어 기존의 논쟁 구도에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인 여성학자 정희진 박사는 신자유주의 시대 페미니즘을 비판하며 책을 썼다고 말하며 “여성주의는 여성성과 남성성이 모든 자원, 역할, 제도가 되지 않는 사회를 추구하고 지향하는 사상”이라고 강조했다. 

각자도생의 시대, 페미니즘은 연대할 수 있을까

지난 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국제관 9B118호에서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북토크가 열렸다. 김신현경 서울여대 교양대학 교수와 오혜진 문화평론가가 토론자로 참석했고, 이혜령 성균관대 동아시아 학술원 교수가 행사 진행을 맡았다. 

이날 60여명의 독자가 북토크에 참가해 약 3시간 동안 정 박사의 농담에 웃고, 통찰에 귀기울였다. 

2015년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한국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은 삶의 기본값이 됐다. 하지만 동시에 여성 운동 안에서도 ‘여성’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트랜스젠더, 난민, 장애인을 비롯한 다른 소수자들을 배척하는 이들이 페미니즘 이름으로 등장했다.

정 박사는 이런 상황을 보면서 “페미니즘은 지금 어떤 지형에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한국 사회에 젠더를 분석한다는 것이 나이와 계급을 포함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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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정희진/1만8000원.ⓒ교양인

그는 페미니즘과 신자유주의의 관계에 주목했다. 정 박사는 “5000년된 가부장제 역사를 물리친 것은 신자유주의가 최초”라며 “그동안 여성은 언제나 성역할이 우선시 됐다. 돌봄을 위해서는 경력이 단절돼야 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여성에게도 개인화를 허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역 사건’ 이후 페미니즘 대중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우리들 삶에 스며든 상황에서 페미니즘 대중화가 곧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의 생물학적 섹스와 사회적 젠더의 구분, 젠더로 인한 섹슈얼리티 피해라는 도식을 넘어, 사회를 구성하는 독자적 모순으로서 섹슈얼리티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는 사회를 제대로 파악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난민 반대는 자본주의의 절대 지배 속에서 누가 더 약자이고 더 고통 받는가를 경쟁하는 비극의 정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돌봄 윤리가 세워지지 않는 한 출산율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여성은 공적 영역으로 진출했지만, 남성은 사적 영역으로 가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여성에게는 이 중 돌봄이 부과된다. 중요한 것은 돌봄은 젠더 이슈가 아니라 인간의 조건이라고 했다.

“주인의 도구로는 결코 주인의 집 무너뜨릴 수 없다”

이후 토론이 이어졌다. 김신현경 교수는 “공동체 없이 각자도생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이 된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 담론 또한 자유롭지 않다”며 “여성들은 여전히 차별받고 억압당하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의 페미니즘이 개인적 능력주의와 착종돼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자유주의 페미니즘같이 남용된 페미니스트 언어는 지배 권력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까, 아니면 페미니스트 인식론 내에 오독과 남용의 가능성이 내재해 있는 것일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오혜진 평론가는 “(정 박사는) ‘내 몸은 나의 것’이라는 주장이 여성의 몸을 공간화함으로써 이를 소유와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는 가부장적 인식론을 공유하는 것이라는 지적했다”며 “그렇다면 어떻게 선택과 소유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여성 및 소수자의 몸과 섹슈얼리티의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지난 달 30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국제관에서 열린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북토크에서 60여명의 독자가 여성학자 정희진 박사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 ⓒ신다인 기자
지난 달 30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국제관에서 열린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북토크에서 60여명의 독자가 여성학자 정희진 박사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 ⓒ신다인 기자

독자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녹색당원이라고 밝힌 김지은씨는 “선거 시기이다 보니 여성징병제, 모병제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정치권이 제안하는 병역제도의 대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정 박사는 “맥거핀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여성 징병제나 지원병제는 불가능하다. 장교 실업 문제와 70년된 내무반을 개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군인들의 인권과 병역문화 개선이 최선일 것”이라고 답했다.

김민지(가명) 성균관대 학생은 오 평론가에게 “자기계발을 성실히 수행해 ‘정상시민’이 되자는 퀴어정치의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소수자나 페미니스트나 비슷하다. 대학생 신분으로는 취업 준비도 해야 하고,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관심도 크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까”라고 질문했다.

오 평론가는 “시민이 되는 것은 중요한데 초과달성을 할 필요는 없지 않냐, 시민이 된다는 것이 갖는 양가적인 의미를 고민해 보자. 시민과 비시민을 나누는 방식으로. 비판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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