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도 투쟁은 계속된다

지난 8일 일본 닛토덴코 자회사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 여성 노동자 2명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공장 3층 옥상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정보라 작가 제공
지난 8일 일본 닛토덴코 자회사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 여성 노동자 2명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공장 3층 옥상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정보라 작가 제공

새해가 왔다. 2024년 1월 8일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에서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이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본사인 닛토덴코가 이제 11명밖에 남지 않은 조합원들의 고용 승계를 논의하기는커녕 공장 철거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아침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겨울에 고공 농성을 하면 일단 추운 게 가장 힘드니까, 핫팩도 주문하고 과자도 사 갔다. 도착해서 과자를 내밀었더니 같이 기자회견을 하러 온 민주노총 경북본부장님이 직접 전달하라며 나를 한쪽으로 안내했다. 고공 농성장은 출하장 지붕 위인데, 난간 한쪽에서 대야에 밧줄을 묶어 도르래처럼 오르내릴 수 있게 했다. 나는 대야에 가져온 과자를 담았다. 대야가 작아서 과자 봉지 세 개가 간신히 들어갔다. 위에서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이 밧줄을 당겨 대야를 올렸다. 중간에 과자가 떨어지지 않나 지켜봤는데 수석부지회장이 천천히 조심조심 올려서 잘 가져갔다. 예전에 고공 농성장에 응원하러 간 적이 여러 번 있어서 그렇게 물품이나 음식을 매달아서 올려보내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내가 뭔가 올려보기는 처음이었다. 별로 기쁜 경험은 아니었다.

공장이 불탔기 때문에 두 조합원이 그 지붕 위에서 농성한대서 걱정을 많이 했다. 자세히 보니 출하장은 구조적 손상이 심하지 않은 것 같아서 일단은 안심했다. 8일 새벽 두 조합원이 출하장 옥상에 올랐다. 사다리 등 올라가는 데 사용했던 도구는 이후 전부 철거했다. 맨몸으로는 아무도 고공 농성장에 쉽게 접근할 수 없고, 농성하는 동지들이 자기 힘으로 내려올 방법도 없다. 그 단절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고공 농성은 항상 이렇게 막막하다.

기자회견은 간단했다. 수석부지회장과 조직2부장은 출하장 지붕의 농성장 앞에서 전화로 발언했다. 아래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조합 지회장이 전화를 받아 스피커에 연결해서 두 조합원의 발언을 들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요구사항은 단 한 가지, 고용승계다.

“노동자는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사무실에 걸려 있다. ⓒ정보라 작가 제공
“노동자는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사무실에 걸려 있다. ⓒ정보라 작가 제공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상황에 대해서는 지난해 8월 칼럼에 자세히 썼다. 요약하자면 사측이 4년 전에 해고했던 직원들을 다시 고용했다가 반년 만에 공장에 불이 났다고 도로 내쫓고 공장 철거를 선언했기에 조합원들이 분노하는 것이다. 당시 칼럼 제목이던 “노동자는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는 현수막이 돼 조합 사무실에 걸려 있다.

칼바람 속에 두 조합원이 고공농성을 시작한 다음 날 밤부터 눈이 왔다. 며칠 뒤에는 비가 왔다. 출하장 옥상은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눈이나 비가 오면 천막부터 시작해서 농성장 물품들이 홀랑 젖는다. 이 추위 속에 이제 고공농성 3주 차에 접어드는 동지들이 걱정된다. 빨리 고용승계 합의가 이뤄져 두 동지가 땅으로 내려왔으면 좋겠다.

지난 1월7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서울 종로구 청계천 부근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정보라 작가 제공
지난 1월7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서울 종로구 청계천 부근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정보라 작가 제공

한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여전히 폭격이 계속되고 있다. 150개 시민사회 단체들의 연대체인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주말마다 폭격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한다. 지난 7일 서울 청계천에서, 19일 대전 방위사업청 앞에서 집회에 참석했다. 7일 청계천 앞 집회에서 참가자들의 발언을 듣고 문화공연을 보고 청계천 인근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을 지나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앞까지 행진하고 돌아와 대형 팔레스타인 국기를 펼치는 퍼포먼스로 마무리했다.

이날 팔레스타인 국기를 상징하는 수박 뱃지도 샀다. 팔레스타인 국기는 왼쪽에 빨간 삼각형이 있고 그 오른쪽에 까만색, 하얀색, 녹색 띠가 펼쳐진 모양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가자 지구, 서안 지구,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국기 사용을 금지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국기의 빨강, 녹색, 검정, 하양을 모두 담은 과일이며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많이 나는 흔한 과일인 수박이 저항의 상징이 됐다. 팔레스타인 국기 사용 금지 정책은 1997년 풀렸지만 수박은 여전히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이다. 한국에서는 팔레스타인 지지를 뜻하는 물품을 구하기 쉽지 않은 데다 나는 뱃지라면 다 정신없이 좋아하기 때문에 수박 뱃지를 구입해서 매우 기뻤다.

팔레스타인 국기를 상징하는 수박 뱃지. ⓒ정보라 작가 제공
팔레스타인 국기를 상징하는 수박 뱃지. ⓒ정보라 작가 제공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19일 대전광역시 서구 방위사업청 앞에서 연 집회에 함께했다. ⓒ정보라 작가 제공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19일 대전광역시 서구 방위사업청 앞에서 연 집회에 함께했다. ⓒ정보라 작가 제공

19일 대전 방위사업청 앞에서는 행진이 없는 대신 공연과 퍼포먼스가 열렸다. ‘프리버드’ 밴드가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곡을 붙여 연주했다. 가자 지구는 2023년 10월7일부터 폭격당하기 시작해 100일 넘게 폭격과 질병과 음식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비무장한 일반 시민, 노인, 어린이들이 매일 죽고 다친다. 대한민국은 “빼앗긴 들”, 강제징용, 전쟁범죄의 피해를 모두 경험하고 살아남아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나는 가자지구 폭격 중단을 요구하며 무기공급과 파병에 결사반대한다. 내가 낸 세금으로 어린이와 아기 엄마들과 노인을 공격하는 무기를 만들어 팔아 돈을 버는 비인간적인 산업에 본의 아닌 가담자가 되고 싶지 않다.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정보라 작가 제공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정보라 작가 제공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전남 목포시 달동 목포신항에 붙은 추모 리본. ⓒ정보라 작가 제공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전남 목포시 달동 목포신항에 붙은 추모 리본. ⓒ정보라 작가 제공

2024년은 별로 희망차거나 밝아 보이지 않는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만 산적한 느낌이다.

곧 세월호 10주기가 다가온다. 얼마 전에 목포신항만에 가서 세월호를 보고 왔다.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나와 남편 말고도 아버지와 아들로 보이는 두 분이 추모하고 계셔서 조금 덜 쓸쓸했다.

세월호는 평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참관할 수 있다. 다만 대중교통이 없어서 목포역에서 택시를 타거나 직접 운전해서 가야만 접근할 수 있다. 신분증을 가져가서 거치 장소에 들어갈 때 제출해야 한다.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은 공포를 앞두고 있다. 22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서 15900배 철야행동을 진행했다. 특별법은 반드시 공포돼야 하고, 세월호 특별법 때처럼 시행령이 특별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지켜봐야 한다.

투쟁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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