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유물전 - 그대, 그곳에 있었다’전
나폴리국립고고학박물관 소장 유물 127점
5월6일까지 더현대 서울 6층 ALT.1

춤추는 마이나드, 74 x 60 x 7cm, 프레스코 벽화, 1세기 ⓒ㈜씨씨오씨 제공
춤추는 마이나드, 74 x 60 x 7cm, 프레스코 벽화, 1세기 ⓒ㈜씨씨오씨 제공

옛 그리스 로마 시대에 ‘광기’는 무섭고 혐오스러운 현상이 아니었다. 신이 자신의 마음에 든 인간에게 베푸는 ‘신성한 힘’이자, 삶의 고통과 굳건한 계급을 뛰어넘는 행위였다. 억눌렸던 당대 하층계급과 여성들이 ‘술과 축제, 광기의 신’ 디오니소스를 사랑하고 추앙했던 이유다.

프레스코 벽화 ‘춤추는 마이나드’는 디오니소스를 따르는 여성 추종자(maenad)를 묘사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얇은 드레스에 베일로 몸을 휘감았고, 머리엔 화관을 썼다. 왼손엔 디오니소스의 지팡이인 티르소스를, 오른손엔 탬버린을 들었다. 생기 있는 눈빛에 미소를 머금은 이 여성에게서 더럽거나 불길한 기운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리석 조각상 ‘젊은 디오니소스의 거대 두상’은 어떤가. 고개를 살짝 앞으로 숙인 젊은 디오니소스의 얼굴은 매끄럽고 부드럽다. 어깨까지 내린 풍성한 곱슬머리는 기운차고 화려해 보인다. 생명력에 대한 표상이자 지상에서의 멋진 삶에 대해 고대 로마인들이 품은 갈망을 보여준다.

젊은 디오니소스의 거대 두상, 64 x 45 x 45cm, 대리석, 2세기 ⓒ㈜씨씨오씨 제공
젊은 디오니소스의 거대 두상, 64 x 45 x 45cm, 대리석, 2세기 ⓒ㈜씨씨오씨 제공

모두 고대 로마제국 도시 폼페이의 유물이다. 지금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ALT.1에서 열리는 ‘폼페이 유물전 - 그대, 그곳에 있었다’에서 볼 수 있다. 이 작품을 포함해 다양한 프레스코화, 대형 조각상, 도자기 등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이 소장한 고대 유물 127점과 몰입형 미디어 콘텐츠를 선보인다.

그리스·로마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는 처음이 아니다. 이번 전시는 역사나 문화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보다 고대인들이 향유한 ‘사랑과 럭셔리, 아름다움’의 단면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이를 상징하는 유물들을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소속 고고학자인 마리아루치아 자코가 직접 선별했다. 신의 모습을 아름다운 인체로 표현한 조각상과 청동상, 폼페이 여성들이 즐겨 쓰던 장신구, 화장 도구 등에서 고대 로마인들의 풍요로운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ALT.1에서 열리는 ‘폼페이 유물전 - 그대, 그곳에 있었다’ 전시 전경. ⓒ㈜씨씨오씨 제공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ALT.1에서 열리는 ‘폼페이 유물전 - 그대, 그곳에 있었다’ 전시 전경. ⓒ㈜씨씨오씨 제공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ALT.1에서 열리는 ‘폼페이 유물전 - 그대, 그곳에 있었다’ 전시 전경. ⓒ㈜씨씨오씨 제공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ALT.1에서 열리는 ‘폼페이 유물전 - 그대, 그곳에 있었다’ 전시 전경. ⓒ㈜씨씨오씨 제공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ALT.1에서 열리는 ‘폼페이 유물전 - 그대, 그곳에 있었다’ 전시 전경. ⓒ㈜씨씨오씨 제공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ALT.1에서 열리는 ‘폼페이 유물전 - 그대, 그곳에 있었다’ 전시 전경. ⓒ㈜씨씨오씨 제공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ALT.1에서 열리는 ‘폼페이 유물전 - 그대, 그곳에 있었다’ 전시 전경. ⓒ㈜씨씨오씨 제공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ALT.1에서 열리는 ‘폼페이 유물전 - 그대, 그곳에 있었다’ 전시 전경. ⓒ㈜씨씨오씨 제공

폼페이는 서기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한순간에 화산재로 뒤덮여 멸망했다. 화산재가 타임캡슐 역할을 해 도시 전체가 1700년이 넘도록 놀랍도록 완벽하게 보존됐다. 발굴이 시작된 1748년 이후 현재까지도 발굴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시장에선 굳어버린 화산재 층의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 화산 폭발의 순간 폼페이 시민들의 모습을 복원한 ‘사람 캐스트’도 볼 수 있다. 고고학을 넘어 삶을 성찰하는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올해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맞아 전시전문기획사 ㈜씨씨오씨와 조선일보사가 공동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이 후원한다. 5월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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