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성폭력 2차 가해 등 ‘신4대악’으로 추가 규정
민주당, 총선 후보자의 성비위 문제에 “엄격 대처” 엄포
여성·시민계 “각 당의 공관위원 자격부터 재검토해야”
“공관위, 성폭력 관련 이력·인식 검증할 시스템 마련하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023년 12월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023년 12월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제22대 총선이 7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공천관리위원회가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성폭력 2차 가해 경력이 있는 후보자는 ‘부적격’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당 내 성 비위 관련 인사들의 후보자 적격 문제가 불거지면서 후보자의 성비위 문제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성폭력 2차 가해자는 국민의힘 경선을 치를 수 없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구체적으로 △성폭력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 △학교 폭력 △마약 범죄 등을 ‘신4대악’으로 규정하고 부적격 기준에 추가했다. 음주운전의 경우 이른바 ‘윤창호법’이 시행된 2018년 12월 18일 이후 1회만 걸려도 부적격이다. 2018년 이전은 선거일로부터 10년 이내 2회, 선거일로부터 20년 이내 3회의 경우 부적격자로 분류한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1차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1차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공관위는 최근 당 내 성 비위 관련 인사들의 후보자 적격 문제가 불거지면서 후보자의 성비위 문제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16일 성희롱 발언 논란 등으로 윤리감찰 조사를 받는 현근택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 “민주당 공관위원장으로서 성남 중원 현근택 예비후보자의 일련의 문제에 단호하고 엄격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 압박이 거세지자 현 부원장은 이날 “저의 도전은 여기에서 멈춘다”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성희롱·음주운전 논란이 불거진 강위원 민주당 당대표 정무특보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만 과거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총선 출마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17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형사에서 성추행이 없었다고 하는 대법원의 판결을 뛰어넘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 부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선 “당에서 양론이 있었다”며 “아주 문제적 발언은 피해 여성도 ‘들은 적 없다’라고 하고 주위에 있던 사람도 그 발언을 들은 바 없다고 그랬다”고 두둔했다.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이 1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1차 중앙당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관리위원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이 1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1차 중앙당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관리위원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시민계는 각 정당의 공관위원들의 자격을 재검토하고, 공관위는 후보자들의 성폭력 관련 이력과 인식을 검증할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전국 146개 여성시민사회단체로 모인 2024 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이하 어퍼)는 19일 성명을 내고 “강위원 특보와 현근택 부원장이 언급한 불출마 선언의 이유는 여전히 성폭력을 부차적인 일로 여기는 낡은 관점을 드러낸다”며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없이 ‘당의 선거 승리 전략을 흔들지 않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하는 모습은, 피해자의 회복을 지지하고 성평등을 지향하기 위함이 아니라 당의 득표 전략에 함몰되어 ‘논란’을 빠르게 잠재우려는 행보로 보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각 정당은 후보자들에게 성폭력 또는 성폭력 동조 행위에 대한 인정과 성찰에 기반한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고, 이후 공동체로서 성폭력 재발 방지와 피해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22대 총선을 거치며 성폭력에 동조하는 정치를 퇴출하기 위해 각 당 후보 심사 및 공천에 큰 영향을 행사하는 공관위가 분명한 기준과 원칙을 세우고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 145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2024 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를 결성하고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여성신문
전국 145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2024 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를 결성하고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여성신문

각 당의 공관위원장과 공관위원의 과거 성폭력 논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어퍼는 “민주당 원수연 공관위원은 2018년 만화계 미투 운동에 참여한 성폭력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현재까지도 피해자에게 2차 피해의 굴레를 씌우고 있다”며 “국민의힘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과거 판사로서 성매매 여성에게 흉기 협박으로 강간을 시도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의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 인사 모두 이러한 문제를 지적받고는 어떠한 인정이나 반성도 표하지 않고 있다”며 “각 후보들을 검증하고 공천을 결정해야 할 공관위원 자신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낮은 수준이라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리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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