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AP/뉴시스] 이스라엘군의 아파치 헬기가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가자지구=AP 연합뉴스]
가자지구=AP/뉴시스] 이스라엘군의 아파치 헬기가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가자지구=A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이 16일(현지시각) 102일째 계속되고 있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후 가장 길고 치명적인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본토를 기습공격해 민간인 1200여명을 죽이고 250여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홀로코스트(유대인학살) 이후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를 수주 동안 공습한 뒤 탱크와 장갑차 등을 가자지구에 보내 지상전을 이어오고 있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의 공격은 가자지구에 전례 없는 파괴를 불러왔다. 석 달 이상이 지난 지금도 하마스는 대부분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고 인질들은 여전히 억류된 상태다"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전쟁이 올해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무너진 가자지구 라파의 건물을 팔레스타인 인들이 수색하고 있다.[가자지구=A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무너진 가자지구 라파의 건물을 팔레스타인 인들이 수색하고 있다.[가자지구=AP 연합뉴스]

가자지구는 폐허가 됐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사망자는 2만41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인구 1%가 넘는다.

부상자는 6만834명 이다.

인구 220만명의 80%가 집을 떠나야 했다. 이들 190만명은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부상자는 6만명을 넘었고 난민은 190만여명으로 팔레스타인 전체 인구의 85%를 차지한다.

유엔은 재앙적 수준의 기아에 직면한 팔레스타인이 전체의 26%인 57만6600명이라로 추산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 사무총장은 전쟁이 100일째 되는 날“가자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됐다”며 “시신들이 길에 방치돼 있고, 민간인들의  대피장소에도 이스라엘의 포격이 강화됐다. 더 이상 가자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인용한 위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자 북쪽에 있는 전체 건축물의 약 3분의 2, 남부 칸 유니스 지역은 약 4분의 1이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전체 영토를 통틀어 약 33%의 건물이 파괴됐다. 

AP통신은 이는 시리아 알레포 공습이나 러시아의 마리우폴 폭격보다 파괴 속도가 더 심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악시오스는 뉴욕시립대학교(CUNY)가 위성 사진을 분석한 가자지구 건물의 50%가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북쪽은 건물 70~80%가 파괴되거나 손상을 입었다.

물러설 곳 없는 네타냐후, 분열된 내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내각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내각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1200여명이 숨졌다. 이들 중 790여명은 하마스의 기습공격때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부상자는 1만2415명이며 이스라엘 북부 및 남부 국경지역의 이스라엘 난민은 24만9천여명에 이른다.

이스라엘 영토를 기습공격했던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은 250명으로 지난해 11월 임시 휴전 기간 등에 풀려나지 못하고 잡혀있는 인질이 132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중 최소한 25명은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P는 10월 7일의 하마스의 공격은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에 대한 그 나라의 믿음을 산산이 무너뜨렸다고 전했다.

대중들이 군의 전쟁 노력 뒤에서 결집해 왔지만 여전히 깊은 충격을 받고 있다. 가족들이 집에서 살해당하고,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음악 축제에서 총을 쏘고, 어린이와 노인들이 오토바이로 납치되었던 10월 7일의 악몽은 계속되고 있다.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의 포스터가 거리에 줄지어 있고, 지도자들에게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요구하는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한 가지는 변함이 없다. 이스라엘 정보, 안보 당국자들이 사과하고 사임하라는 신호가 계속되고 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중 지지율이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총리는 사과나 퇴진, 정부의 실패를 조사하라는 요구에 저항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거의 모든 기간 이 나라를 이끌어온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이 끝난 후 조사의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가자지구의 일부 전투부대 철수를 놓고 이스라엘 내각이 분열됐다고 CNN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극우성향의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군의 가자 철수를 비난하면서 가자에서 이스라엘로 발사된 "로켓 공격"은 "전투 목표의 실현을 위해 가자 지구의 점령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고 말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IDF)은 지난 월요일 장갑, 공병, 보병 중대로 구성된 제36사단이 80일 만에 가자 지구에서 철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스라엘 관리들이 약속했던 새로운 단계의 전투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신호"라고 하가리 대변인은 설명했다.

CNN에 따르면 이달초 이스라엘 각료들은 가자지구의 전후 미래에 대한 계획과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을 둘러싼 안보 실패에 대한 조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일부 내각은 이를 "싸움"이라고 묘사했다. 극우파인 베잘렐 스몰리치 재무장관은 "폭풍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고,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은 "정치적 의도의 공격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안보 내각은 이스라엘군의 예측 실패 등 10월 7일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조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앞으로 전쟁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고 CNN은 보도했다.

정부가 무너지면 새로운 선거가 치러질 것이며 네타냐후 총리는 실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CNN은 전했다.

쫓기는 바이든

[텔아비브=AP/뉴시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텔아비브=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고강도 전쟁을 끝낼 것을 촉구해 왔지만 네타냐후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규모 지상전 대신 정밀타격으로 전술을 바꿀 것을 촉구해 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개전 후 네 번째로 이스라엘을 찾았던 지난 1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가자지구 민간인 의 추가적 희생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전쟁 관련 백악관 요청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는 데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미국 악시오스가 지난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미국 관료 4명을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가 악화하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쟁 관련 미국 관료들과 긴밀히 접촉해 온 크리스 밴홀런 민주당 연방상원의원(메릴랜드)은 악시오스에 "모든 시점에서 네타냐후는 바이든에게 적대감을 보여왔다"며 "(백악관은) 네타냐후 연정에 간청하고 있지만, 계속 얼굴을 때려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23일 마지막 통화 이후 20일이 넘게 대화하지 않았다. 당시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원천 징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세수를 공개하라고 요청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거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대화는 끝났다"고 전화를 끊으며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가자 전쟁 초기 두 달 동안은 사실상 매일 통화했었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시에나대학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18세에서 29세 사이의 젊은 유권자 중 75% 민주당의 이스라엘 전쟁 대처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44%는 하마스가 패배하지 않더라도 군사작전을 종료해야 한다고 대답했으며, 39%는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젊은 이들의 27%가 이스라엘을 동정하고 47%가 팔레스타인을 동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의 바이든 대통령에게 가자 전쟁의 '휴전'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선거본부 요원 17명이 익명으로 이스라엘-가자 전쟁 후 대통령이 취하고 있는 정책과 자세 때문에 표를 많이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뒤 연설에서 트럼프는 승리 연설에서 "3년 전에 미국은 위대한 나라였으나 지금 사람들은 우리를 비웃고 있다"고 말했다.

출구도 전후 계획도 없다

16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병원에 대한 공격으로 숨진 시신들이 알리아랍 병원에 놓여있다.[가자지구=AP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병원에 대한 공격으로 숨진 시신들이 알리아랍 병원에 놓여있다.[가자지구=AP 연합뉴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5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강도 높은 군사 공격이 곧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갈란트 장관은 이스라엘이 최근 가자지구 북부에서 군사적 통제권을 장악한 후 집중적 지상작전을 끝냈다며 남부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중적 공격은)곧 끝날 것이다.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 모두 다음 단계를 위한 순간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란트 장관의 발언은 미 백악관이 이스라엘에 공격 강도를 완화할 것을 촉구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갈란트는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격이 언제 축소될 것인지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은 앞서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라며 이스라엘 압박에 나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4일 미국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우린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에 대해 이스라엘과 치열하게 얘기하고 있다"며 "우린 지금이 그 전환을 위한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그 시점에 도달하기 위해 몇 가지 사전 단계를 수행했다. 일부 병력은 철수하고 공습 의존도를 조금 낮추고 있다"며 "하지만 모든 군사 작전은 단계를 거치게 마련이고, 하마스 지도부에 압력을 가한 만큼 다음 단계는 더 낮은 강도의 작전, 더 정밀한 표적 공습, 더 적은 공습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비 조정관은 "(작전 전환이) 하마스 공격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공격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다만 저강도 단계로 전환할 때가 곧 다가오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쟁이 길어지고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언제 전투가 끝날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수없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미래에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마스는 그것은 상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가자지구를 통치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부활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두 국가간의 해결책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장기간 군사력을 유지하기를 원하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이 그 영토를 재점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전후 가자를 누가 통지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도 없다.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도 미국도 전후 계획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절반 가까이 파괴된 가자지구 재건은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다.

누가 비용을 지불할 것인지 또는 제한된 통로를 통해 필요한 자재가 어떻게 그 지역에 들어올지 불분명하다. 많은 건물이 파괴된 상태에서, 집을 떠난 난민들은 긴 개건 과정에 어디에 머물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난민촌에서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여성 할리마 다부 다카는 AP통신에 "전쟁 전 우리의 삶은 훌륭했다. 우리에게는 차와 집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다카는 지금 "우리는 모든 것을 빼앗겼다. 모든 것이 변했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라며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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