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팜, 15~19일 ‘다보스포럼’ 개최 맞춰
‘불평등 주식회사’ 보고서 발표
“다수에겐 잔인한 세상, 소수의 멋진 세상”
2020년 이후 세계 5대 부자 자산 2배 늘어
반면 50억 명은 더 가난해져

옥스팜이 15일 공개한 ‘불평등 주식회사(Inequality Inc.)’ 보고서 일부. ⓒ옥스팜 제공
옥스팜이 15일 공개한 ‘불평등 주식회사(Inequality Inc.)’ 보고서 일부. ⓒ옥스팜 제공
옥스팜이 15일 공개한 ‘불평등 주식회사(Inequality Inc.)’ 보고서 표지. 사진은 2023년 10월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초국적 의류브랜드 하청공장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모습.  ⓒ옥스팜 제공/Photo by Kazi Salahuddin Razu/NurPhoto via Getty Images
옥스팜이 15일 공개한 ‘불평등 주식회사(Inequality Inc.)’ 보고서 표지. 사진은 2023년 10월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초국적 의류브랜드 하청공장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모습. ⓒ옥스팜 제공/Photo by Kazi Salahuddin Razu/NurPhoto via Getty Images

전 세계적으로 남성이 차지한 부는 여성보다 105조 달러 더 많고, 그 차이는 미국 경제 규모의 4배가 넘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남성 5명의 자산은 시간당 1400만 달러씩 늘어 2020년 3월 4050억 달러에서 2023년 11월 8690억 달러로 2배 이상 늘었다. 보건·사회 부문에서 일하는 여성이 포천지 선정 100대 기업의 CEO가 1년에 버는 만큼 벌려면 1200년이 걸린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15일~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를 앞두고 발표한 ‘불평등주식회사(Inequality Inc.)’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를 요약하자면 “다수에겐 잔인한 세상, 소수의 멋진 세상”(A brutal world for the many, a wonderful world for the few)이다. 지난 3년간 억만장자들은 2020년보다 3조 3000억 달러 더 부자가 됐다. 그들의 자산은 인플레이션율보다 3배 빠르게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세계 인구의 21%에 불과한 북반구의 부유한 국가들이 세계 부의 69%를 소유하고 있다. 상위 1% 부유층이 전 세계 금융 자산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중동 금융자산의 48%, 아시아의 50%, 유럽의 47%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세계 인구의 약 60%에 해당하는 하위 약 50억 명은 2019년보다 가난해졌다. 대부분이 여성, 소수민족·인종, 소외계층으로 추정된다. 옥스팜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10년 안에 세계 최초 ‘조만장자’가 탄생하고, 빈곤은 앞으로 230년간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미타브 베하르(Amitabh Behar) 옥스팜 인터내셔널 임시 총재는 “우리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전염병, 인플레이션, 전쟁이라는 경제적 충격을 온전히 짊어진 가운데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급증하는 소위 ‘분열의 10년’이 시작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러한 불평등은 우연이 아니다. 억만장자 계층은 기업들이 다수를 희생시키면서 그들에게 더 많은 부를 제공하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옥스팜이 15일 공개한 ‘불평등 주식회사(Inequality Inc.)’ 보고서 일부.
옥스팜이 15일 공개한 ‘불평등 주식회사(Inequality Inc.)’ 보고서 일부.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 아마존 창업자의 자산은 1674억 달러로 2010년 초보다 327억 달러 늘었다. 그를 포함해 세계 최대 기업 10곳 중 7곳의 CEO나 대주주는 억만장자다. 이들 기업의 가치는 10조 2000억 달러로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모든 국가의 GDP를 합친 것보다 많다. 세계 최대 기업 148곳은 2023년 6월까지 순이익 총 1조 8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8~2021년 평균 순이익보다 52%P 증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96개 주요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 100달러당 82달러가 부유한 주주들에게 지급됐다.

각국의 정부 당국은 대기업들의 시장 독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아마존이 가격을 인상하고 구매자를 위한 서비스를 저하하며 경쟁을 막기 위해 시장에서 ‘독점적 지배력’을 휘두른다는 이유로 아마존을 고소했다. 프랑스 반독점 당국은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이끄는 세계 2위 부자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알리코 당고테(Aliko Dangote) 당고테 그룹 회장은 나이지리아 시멘트를 거의 독점하는데, 석유 사업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민간 독점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사람들은 불안정하고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빈약한 임금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더 오랜 시간 일하고 있다. 옥스팜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연합체 WBA(World Benchmarking Alliance)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세계 1600개 대기업 중 0.4%만이 공개적으로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는 대부분 여성의 몫이다. 2019년 기준 여성은 남성이 일해서 1달러를 벌 때 51센트만 벌었다. 옥스팜은 보건 및 사회 부문에서 일하는 여성이 포천지 선정 100대 기업의 평균 CEO가 1년에 버는 만큼의 돈을 벌려면 1200년이 걸린다고 추산했다. 또 기업들은 ‘조세와의 전쟁’을 통해 최근 수십 년 동안 실효 법인세율을 약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렸고, 공공 부문을 끊임없이 민영화하고 있다.

옥스팜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각국 정부가 △의료·교육의 보편적 접근성 보장 △에너지·운송 등 여러 분야에서 공공재와 공공을 위한 대안 모색 △독점 타파·특허 규정 민주화 등 기업 권력 억제 △생활임금 보장·CEO 급여 상한선·초과 이윤세 등 ‘슈퍼리치’와 기업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옥스팜은 2014년부터 매년 다보스포럼 개최에 맞춰 부의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스위스 다보스 현지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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