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병리학자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
최근 5년간 고독사 1만566건
“일본·영국, 고립 해결 담당 기관 설립…
사회적 고립 줄일 정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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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단절 상태로 사망한 ‘고독사’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평균 한 달이 걸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 50대 남성, 특히 이혼이나 별거 상태 남성이 고독사하는 비율이 높았다. 전문가는 이들이 “건강관리와 가사노동에 익숙하지 못하며 실직, 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감소한 연령대”라고 설명했다.  

나주영 부산대학교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발간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제43권 제4호에 게재된 ‘법의부검 자료를 통한 대한민국 고독사에 관한 고찰’ 논문을 통해 법의부검 자료로 분석한 고독사의 특징을 설명했다.

고독사 예방법에 따르면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 발표한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2021년 고독사 발생 건수는 총 1만5066건으로 5년간 연평균 8.8%씩 증가했다.

이번 연구는 복지부의 실태조사 기간을 고려해 법의병리학자인 나 교수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시행한 664건의 법의부검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법의부검 자료는 경찰의 수사 자료 및 부검 결과가 포함된 자료를 말한다. 

분석 결과, 법의부검 자료 중 사망 후 3일 이상 지난 뒤 발견된 고독사 사례는 128건(19.3%)이었다. 

나주영 부산대학교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의 논문 ‘법의부검 자료를 통한 대한민국 고독사에 관한 고찰’ 중  법의부검 자료로 확인한 고독사의 인구·사회학적 특성. 사진=보건사회연구
나주영 부산대학교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의 논문 ‘법의부검 자료를 통한 대한민국 고독사에 관한 고찰’ 중 법의부검 자료로 확인한 고독사의 인구·사회학적 특성. 사진=보건사회연구

이 중 남성은 108명으로 여성(20명)보다 5배 이상 많았으며, 나이로는 50대가 51명(39.8%)으로 가장 많았고 60대와 40대가 각각 30명(23.4%), 28명(21.9%)으로 뒤를 이었다. 

결혼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던 110명의 고독사 사례에서 이혼이나 별거 중의 상태가 61명으로 절반에 가까웠고, 미혼(44명)이 그 다음으로 많은 수를 차지했다.

나 교수는 고독사가 건강관리 및 가사노동에 익숙하지 못하며 실직, 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연령대에서 주로 발생해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망 후 고독사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평균 기간은 26.6일, 숨진 뒤 1주일 이상의 기간이 지난 뒤 발견된 사례만 보면 평균 기간은 39.9일 소요됐다.

고독사를 가장 많이 발견하고 신고하는 건 이웃 또는 건물관리인, 임대인 등이었다. 이들은 평균 29.7일 만에 시신을 발견했으며, 가족이 시신을 발견하기까지는 평균 17.6일, 복지 공무원에 의해서는 평균 12.3일 만에 발견됐다.

고독사 사례 중 63%에서 0.03% 이상의 혈중알코올농도가 확인됐다. 0.03%는 현행법상 음주운전 단속 기준으로 자제력 상실, 판단력 감소 등으로 인해 술에 취한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고독사 사망자들에게서 검출된 평균 알코올농도는 0.074%였다. 시신이 부패하면 체내 알코올이 형성될 수 있어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인 경우만 따져보면 128명 중 80명이 이에 해당했고 이들의 평균 농도는 0.109%였다.

생전 사회적 고립 이유로는 알코올 관련 문제가 43명으로 33.6%를 차지했고, 경제 문제가 31명으로 24.2%였다. 그밖에 가정폭력이나 부부싸움 등 가정 문제로 인한 단절이 많았다.

나 교수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일본에서는 2021년 2월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했고, 영국에서도 2018년 외로움부 장관직을 신설하는 등 각국에서 고립 해결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법의부검 자료를 통해 처음 시도된 고독사에 대한 본 연구를 바탕으로 사회적 고립을 줄이는 적절한 정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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