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근택 변호사 ⓒ연합뉴스
현근택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연합뉴스

 “너희 부부냐, 너네 같이 잤냐?”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의 현근택 부원장이 했다는 발언의 일부이다. 경기 성남 중원 출마를 준비 중인 현 부원장은 같은 지역 출마 예정자였던 이석주 예비후보의 여성 비서 A씨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로 그날 밤을 꼬박 새웠고 비참함을 느끼고 일을 그만두게 됐다고 A씨는 밝혔다.

현 부원장은 이런 내용이 보도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과정은 모호하기만 해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현 부원장은 사과를 하면서도 사건 당일 술을 마신 상태였기에 기억이 없고, 함께 자리했던 사람들 중 자신의 발언을 기억하는 이가 없다는 식의 해명으로 일관했다. 이런 가운데 이 예비후보가 세 사람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졌다면서 합의문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예비후보는 “현 후보의 용기 있는 사과와 피해자의 포용에 큰 박수를 드린다”면서 “이 사안은 성희롱으로 기억될 게 아니고 실수와 모범적인 사과로 기억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성희롱 발언의 피해 여성이 아니라 발언의 당사자를 치켜세우는 해괴한 광경이 벌어진 것이다. 현 부원장에 대한 징계가 예상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어떤 조율이 있었는지, 이 예비후보가 적극적인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씨는 합의한 일이 없다며 반박했다. “제 변호사께 연락 받았는데 다시 말씀이 번복되고 있어 제가 못 받아들이겠다고 했다”고 A씨는 댓글을 통해 합의를 부인했다. A씨는 “합의문을 쓴 분께서 다시 뒤집고 있다. 누가 피해자인가, 지금. 누굴 위한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자리였나”라며 “이 날의 진실을 본 분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석주, 저, 현근택 외에 참석한 분들이 있어서, 그것도 온전한 맨정신으로 있었기에 정말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윤리위원회의 감찰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일을 둘러싼 광경들은 점입가경이다. 성희롱 발언을 한 정치인이 사과를 했다고 그를 한껏 치켜세우며 칭송하는 모습도 어처구니가 없다. 또한 탄식이 나오는 것은 현 부원장 징계에 반대하는 탄원서의 내용이다. “형사 고소가 아닌 언론을 통해 현근택 변호사에 대한 비판과 비난 그리고 사과요구는 불순한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농담으로 건넨 그 말이 과연 사회통념상 막말에 가까운 말인가라고 하면 절대 아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다”라는 것이 탄원서 작성자의 주장이다. 이 탄원서에는 수천명이 동참한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현 부원장을 지지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온다. “어디가 성희롱 발언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이런 걸로 징계하면 안 된다”, “계획적으로 작업 당했다”, “그 정도 농담은 다들 사회생활 하면서 얼마든지 한다”는 등의 말이 쏟아지고 있다. “너희 부부냐, 너네 같이 잤냐?”는 말을 들었다는 여성을 향해 “그 정도 농담은 다들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놀랍기만 하다. 대체 정치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이 정치인이 되어야 하는 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광경들이다. 단지 이번 일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정치인이라면 국민들의 일반적 수준 보다는 낫고 모범이 되는 인물이기를 우리는 바란다. 앞에서 이끌어 가는 역할이 그들에게 부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논란이 되는 정치인들의 언행들을 살펴보면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많다. 앞에서 이끌기는 고사하고 우리 사회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닌가 우려가 들 때가 많다. 그저 강경하고 큰 목소리만 내면 진영의 팬덤들로부터 환호 받는 정치 현실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정파적 신념만 우선하고 정치인이 갖춰야 할 인간적 교양과 자질의 덕목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니 이런 정치가 바로잡히지 않는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여성신문
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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