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예술인 2000여 명 동참
“제2의 희생자 만들지 않는 유일한 길”
문화예술인 인권보호 위한 ‘고 이선균 법’ 제정 촉구

봉준호 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를 발표하며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를 발표하며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봉준호, 윤종신, 김의성 등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추모하는 문화예술인 2000여 명이 고인의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중문화예술인 수사 시 인권 보호를 위한 법령 제개정도 촉구했다.

29개 문화예술관련 단체를 주축으로 결성된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선균과 영화 ‘기생충’에서 함께한 봉준호 감독, 이원태 감독, 장항준 감독,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 배우 김의성, 최덕문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 과정 진상규명 △언론의 자정 노력과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문화예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제·개정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선균은) 지난 12월19일 최초 보도 이후 정식 입건까지 2개월까지 보호장치 없이 미디어에 노출됐다. 간이 시약 검사부터 음성 판정까지 세 차례 경찰 출석하는 모습이 언론으로 생중계됐다. 사건 관련 증거 능력 판단이 어려운 녹음 파일이 언론과 대중에게 공개됐다. 결국 그는 19시간의 세 번째 경찰 소환 이후 스스로의 생에 마침표를 찍는 참혹한 선택을 했다”라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고인의 수사 내용이 최초 노출된 순간부터 2개월까지 경찰의 수사 보안에 한 치의 문제가 없었는지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봉 감독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공보책임자가 아닌 수사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 등으로부터 수사 사건 등의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우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해 그 결과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또 “수사당국은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는 한 문장으로 이 모든 책임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며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만이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고 제2, 제3의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봉준호 감독, 장항준 감독, 이원태 감독, 가수 윤종신, 배우 김의성, 최덕문 등 대중문화예술인들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 장항준 감독, 이원태 감독, 가수 윤종신, 배우 김의성, 최덕문 등 대중문화예술인들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종신은 “(이선균이) 대중예술문화인이라는 이유로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이 아니냐”라며 “대중문화예술인을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로, 황색 언론, 사이버렉카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는가”라고 호소했다.

성명을 발표한 문화예술인 연대회의에는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전주국제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여성영화인모임 등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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