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성교육연구소 출범식서 강연
“독일 성교육 통해 민주화 이뤄내”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9일  3시 서울 영등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남다른성교육연구소 출범식’ 강연에서 "한국은 민주주의자가 없는 민주주의 사회"라고 설명했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9일 3시 서울 영등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남다른성교육연구소 출범식’ 강연에서 "한국은 민주주의자가 없는 민주주의 사회"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이유는 약한 자아 때문이다.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는 방법은 성교육이다.”

김누리 중앙대 독문학과 교수는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남다른성교육연구소 출범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김 교수는 ‘성교육이 성숙한 민주시민을 만든다’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날 출범한 ‘남다른성교육연구소’는 국내 첫 남성 청소년 특화 성교육 연구소로 11~19세 남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맞춤형 성교육을 진행한다. 교사·강사 및 양육자를 대상으로 남성청소년을 이해하고 성인지감수성을 배우는 성교육도 수행한다.

독문학자인 김 교수는 대중 강연을 통해 독일의 교육을 소개하며 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김 교수는 이날 현재 한국사회를 “민주주의 사회라기보다는 파시즘 사회”라며 “후기 파시즘 사회의 특징은 강자동일시, 약자혐오, 동조강박, 공격성, 흑백논리이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이 모든 특징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독일의 사회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민주주의의 최대 적은 약한 자아라고 말했다”며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약한 자아에서 찾았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의 자아는 성충동(리비도)과 사회적 규범인 초자아(슈퍼 에고)에서 동요하며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사회에서 요구받는 규범과 자기 내면에 존재하는 본능적 욕구 사이의 갈등하며 자아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성적 엄숙주의가 강한 사회에서는 초자아가 성충동를 억압해 자아는 죄의식으로 내면화하게 된다. 그렇게 자아는 취약해진다”며 “약한 자아를 가진 인간은 권력 앞에서 굴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강한 자아를 기르기 위해 성교육을 해야 한다며 독일의 성교육을 예시로 들었다. 독일 성교육의 제1원칙이 윤리적 판단 금지의 원칙이다. 성 충동은 인간의 본성으로 자연스러운 것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은 절대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성과 관련해 도덕적, 윤리적 비난을 금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성에 대해 윤리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클 때 최초의 사유 영역은 성적 영역이다. 성적 억압은 사유 일반을 억압하게 하고, 더 나아가 인간의 비판 능력을 거세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며 “성적 억압은 참아내는 국민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성에 대한 도덕적 엄숙주의를 주장하면서 한편으로 성범죄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며 “독일은 반대다. 독일은 성에 대해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지만, 성 범죄는 사회적 범죄로 보며 아주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성은 생명과 인권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영역이다. 성과 관련해서는 아주 강한 책임의식을 요구하고, 아이들에게 성과 관련된 죄의식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강의를 마치며 “성적 억압에 의해 개인들은 귄위주의적 성격을 띠고 사회는 후기 파시즘에 빠지게 됐다”며 “결국 공격성과 증오의 문화가 한국 사회에 자리 잡았다. 이는 성교육 부재가 만들어낸 비극”이라며 다시 한 번 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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