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상대 칼부림 예고 글 보도한 MBC 향해
청원인 “사실 교차검증 않고 고의로 편향” 주장
국회에 조치 요구 청원, 동의인원 미달로 폐기 처리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홍보 영상 속 집게손가락이 ‘남성 혐오 심볼’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집단이 여성단체에 대한 칼부림 예고 글을 보도한 MBC에 대해 “왜곡 보도를 했다”며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진행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청원은 1월 8일까지 한 달간 동의충족 수 5만명의 52%인 2만6434명 동의를 받는데 그쳐 9일 폐기 처리 됐다. 

지난 12월 7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스튜디오 뿌리) 사태에 대한 고찰 및 편향 보도에 대한 우려에 관한 청원’이란 이름의 국민동의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일부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넥슨이 운영하는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여성 캐릭터 홍보 영상 속 손가락 모양이 남성을 비하하는 목적으로 그려졌다고 주장한, 이른바 ‘집게 손가락 억지논란’을 일으킨 사건을 다뤘다.

청원인은 “게이머들의 조사 결과, 애니메이션 속에 여러 남성 혐오 심볼이 숨겨져 있었고, 해당 기업 팀장의 X(구 트위터) 기록에서는 이에 대한 남성혐오적 메시지와 언급들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 MBC의 보도는 일부 편향적인 자료를 활용해 사건을 애매하게 보도했으며, 여성 중심 사이트의 도용된 사진과 글을 활용해 게이머의 여성단체에 대한 공격으로 사건을 프레임화했다”라고 썼다.

MBC 메이플스토리 집게손가락 억지 논란 보도 캡처. ⓒMBC
MBC 메이플스토리 집게손가락 억지 논란 보도 캡처. ⓒMBC

청원인이 언급한 ‘일부 편향적인 자료’는 MBC가 보도한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칼부림 예고 글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주요 여성단체와 노동조합이 넥슨코리아 사옥 앞 기자회견을 예고한 지난해 11월 28일, 디시인사이드에 ‘최소 5명 이상 칼로 해칠 자신이 있다’며 식칼 사진을 올리는 등 4건의 칼부림 예고 글이 올라왔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댓글에 글쓴이는 '빠르게 급소만 노려줄 테니 내일 사망신고부터 하라'는 답글을 달기도 했다.

MBC는 이날 해당 게시글과 함께 ‘집게손가락 억지 논란’의 개요와 단체별 입장을 보도했다. 이에 청원인은 “해당 보도 내용은 무분별한 게이머와 협박을 받는 여성의 구도로 왜곡됐으며, 이는 편향된 방향으로 사건을 전개시키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사실을 교차검증하지 않고 고의적으로 편향된 언론은 우려스럽다. 이에 대한 신속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며 국민동의청원을 올린 이유를 밝혔다.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편의점 여성 점원을 폭행한 '편의점 숏컷 폭행' 사건의 경우, 가해자 강력 처벌과 신상 공개 촉구에 대한 국민동의청원이 청원인 5만명을 넘겨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편의점 여성 점원을 폭행한 '편의점 숏컷 폭행' 사건의 경우, 가해자 강력 처벌과 신상 공개 촉구에 대한 국민동의청원이 청원인 5만명을 넘겨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국민동의청원은 30일 동안 5만명의 동의를 받아 제출하면 그 내용에 따라 소관 상임위원회로 회부된다. 소관위원회는 회부된 청원을 청원심사소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하거나 폐기하는 등 의안에 준해 처리한다.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편의점 여성 점원을 폭행한 '편의점 숏컷 폭행' 사건의 경우, 가해자 강력 처벌과 신상 공개 촉구에 대한 국민동의청원이 청원인 5만명을 넘겨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하지만 MBC에 대한 국회의 조치를 촉구한 이번 청원은 공개 30일을 넘긴 8일까지 2만6434명만 동의해 통과기준에 미치지 못한 채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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