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의 복원 사업 끝에 재개장한 알렉산드로스 왕궁 유적지 일부 ⓒ[AFP 연합뉴스]
16년간의 복원 사업 끝에 재개장한 알렉산드로스 왕궁 유적지 일부 ⓒ[AFP 연합뉴스]

기원전 4세기 그리스 북방 마케도니아를 대제국으로 일군 알렉산드로스(알렉산더) 대왕의 2400년 된 왕궁이 다시 문을 열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7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그리스 북부 베르기나 지역에 있는 고대 마케도니아 왕궁 유적지가 16년간의 복원사업을 거쳐 지난 5일 재개장됐다.

베르기나는 마케도니아 왕국의 수도였던 아이가이의 현 지명이다. 기원전 4세기 페르시아 제국을 멸망시키고 동방 원정에 나서 인도의 인더스강 유역까지 세를 확장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즉위했던 곳이다.

유적지는 기원전 2세기 로마에 의해 파괴된 후 채석장으로 사용되다가 1970년대에 발굴됐다. 그리스는 이곳의 역사적 가치와 규모 등을 고려해 대대적인 복원 사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2007년 문을 닫은 뒤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유적지는 웅장하게 재탄생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넓은 안뜰을 포함하는 왕궁과 왕릉, 각종 출토 유물이 전시된 폴리센트릭 박물관, 궁전의 돌로 지어진 중세 교회 등으로 구성됐다.

마리아 스타마토풀루 옥스퍼드대 고고학과 교수는 "1만5천㎡에 달하는 왕궁 규모는 그리스에서 유례없는 규모로, 파르테논 신전보다 3배 더 크다"면서 "파괴됐던 유적을 다시 되살렸다는 점은 매우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헬레니즘 문화의 대표적 단면을 볼 수 있는 유적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정벌 활동으로 영토를 넓혔을 뿐 아니라 그리스 문명과 동방 문명을 융합한 헬레니즘 문명의 초석을 닦은 인물로 평가된다.

스타마토풀루 교수는 "이 유적지는 우리가 아는 헬레니즘 세계가 마케도니아를 중심지로 한다는 점을 증명한다"면서 "우즈베키스탄처럼 먼 곳에서도 이 왕궁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가 발견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정부는 관광 부흥을 위해 복원 작업을 지원했다.

그리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가부도 사태를 겪었지만 위기를 털어내고 빠르게 경제를 성장시키고 있다.

주요 산업인 관광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해 여름철 관광객이 1천만명이 넘었고 추정 매출이 210억 유로(30조여원) 이상 된다는 게 그리스 당국의 추산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왕궁 복원사업 역시 그리스의 관광업 진흥 전략으로 여겨진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 5일 재개장 기념식에서 복원사업을 마친 이 유적지를 "마케도니아 지역 전체의 경제발전을 위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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