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인복지재단, 첫 ‘예술인 심리상담’ 사례집 발간
참여 예술인·상담자의 생생한 후기 담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처음 펴낸 예술인 심리상담 사례집 ‘내 마음에 꽃이 피었습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제공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처음 펴낸 예술인 심리상담 사례집 ‘내 마음에 꽃이 피었습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제공

#1. ‘수선화’는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배우다. 불규칙한 수입과 생활고로 직장생활과 작품 활동을 병행해 왔다. 무엇에도 제대로 집중하기 어려워 혼란스럽고 실패했다는 생각만 들었다. 무대에선 상대 배우와 자신을 비교하며 위축됐고, 직장에선 동료들의 말에 예민해졌다.

#2. ‘유채꽃’은 프리랜서 그림책 작가다. 엄마, 아내, 딸, 며느리, 선생님까지 ‘N잡러’로 살고 있다.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림책을 펴내고도 기쁨보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3. ‘모란’은 어머니의 오랜 투병과 알츠하이머 진단으로 무기력과 좌절감, 슬픔과 분노를 겪었다. 믿었던 남자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고, 직장 상사의 갑작스러운 공석으로 직책에 맞지 않는 과한 업무를 떠맡아 상사와 갈등을 빚었다.

이들은 건강한 삶과 창작 활동을 지속할 방법을 찾다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예술인복지재단(대표 박영정)의 문을 두드렸다. ‘예술인 심리상담’ 지원을 받으며 자기 삶과 주위를 돌아보고 마음의 평안을 얻는 과정을 글로 썼다. 총 38명의 이야기가 예술인 심리상담 사례집 ‘내 마음에 꽃이 피었습니다’로 세상에 나왔다.

△예술활동 관련 △대인관계 문제 △마음건강(우울·불안 등) △기타 상담사례 등으로 나눠 풍성한 사례를 소개한다. 개인 상담 종료 후 자유로이 참여할 수 있는 사후관리 집단상담 후기도 담았다. 담당 상담자의 시각으로 본 예술인의 심리상태와 심리상담 조언도 수록했다. 사례집은 누구나 재단 누리집(www.kawf.kr) 자료실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심리상담을 받고 있거나 정신적으로 불편을 겪고 있어도, 그 사실을 밝히기 꺼리는 것이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였지만, 이제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보살피고, 건강한 사고와 정신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더 좋은 창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채꽃)

“각자 벅찬 순간들을 감당하고 있을 예술인들에게 상담을 권하고 싶습니다. (...) 늘 새로운 아이디어와 작업으로 기존의 방식을 넘어 나아가야 하고, 이미 경직된 시스템을 설득해야 하는 것은 예술인의 숙명과도 같습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많은 부정적인 목소리들과 부딪혀야 하고 그 부정적인 목소리들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순간들을 경험하기 때문에 상담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란)

재단은 예술인이 예술 활동 중 겪는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해소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2014년부터 ‘예술인 심리상담 지원 사업’(http://www.kawf.kr/welfare/sub02.do)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40개(2023년 기준) 전문 심리상담 기관에서 최대 12회까지 1:1 상담과 심리검사를 받을 수 있는 개인상담, 사후관리 집단상담, 위기상담 등을 지원한다. 한국임상심리학회 정회원이자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자격(국가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2015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해 8년 만인 2023년 기준 사업 참여 인원이 6배 이상 증가했다. 2014년~2023년까지 예술인 총 1만952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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