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살펴보니
과거에는 사회공헌에 초점, 지배구조까지 개념 넓어져
금융권 “ESG 경영 DEI정책은 여성 인재 육성 집중”

(사진 왼쪽부터)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사 전경 ⓒ각 지주사 제공
(사진 왼쪽부터)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사 전경 ⓒ각 지주사 제공

금융지주 회사를 비롯해 금융권에 여성 임원을 비롯한 여성 인재 육성 정책이 보다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2024년 1분기부터 ESG 경영 공시 기준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그만큼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필수요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경제계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iversity·Equity·Inclusion, 이하 DEI) 개념은 성별 다양성 등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적인 조직 문화가 재무적, 비재무적 성과의 원동력이 된다고 본다. 이에 4대 금융지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니, 2030년까지 여성 인재 육성을 비롯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에 대해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여성 인재 육성도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보고서 “지배구조까지 함께”

복수의 금융지주 관계자는 2일 “과거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사회공헌 측면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현재는 공헌뿐 아니라 사회, 환경, 지배구조까지 함께하는 개념으로 훨씬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4대 금융지주가 ESG경영을 비교적 잘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에 4대 금융지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봤다. KB금융지주는 2009년부터 ‘2009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다양성(diversity)과 포용성(Inclusion)이라는 용어가 보고서 목차에 직접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부터다. 최근에 발간된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면 KB금융지주 ESG위원회는 2022년 6월 그룹 내 다양성 부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다양성 추진 전략인 ‘KB Diversity 2027’을 수립했다. 지주사는 2027년까지 장애인, 보훈, 글로벌 가정, 기초생활수급자 등 다양한 계층을 채용 15% 실현, 여성 리더 20% 양성, 여성 핵심 전문 인력 30%를 육성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지주는 금융권 최초로 2005년 신한은행에서 사회책임보고서를 발간했다. 2009년부터 그룹사 전체가 참여하는 사회책임보고서를 발간했다. 이후 ESG 개념을 내세운 ‘2020 신한금융그룹 ESG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2018 사회적 책임보고서’에서 여성리더 육성이라는 개념이 목차에 나타난다. 이후 ‘2020 ESG 보고서’에서 다양성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지주사는 ‘신한의 여성 영웅들’이라는 의미를 담은 국내 금융권 최초 여성 리더 육성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SHeros)로 2023년까지 여성 총 280명의 여성 리더를 육성했고, 2022년부터 디지털·ICT 분야 여성 리더 육성을 위한 WIT(Women in Tech)를 신설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여성 인재 육성을 위해 경영진 육성·중간 관리자 육성·여성 인재 네트워킹 강화의 3가지 중점 영역을 그룹사별로 관련 프로그램을 육성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2006년부터 ‘2006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시작으로 ESG 경영활동을 공유하고 있다.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다양성과 포용성 항목이 목차에 포함됐다. 하나금융은 2030년까지 사외이사 후보군 중 여성 비율을 관리하고 여성 관리자 비율 30%를 달성할 예정이다. 현재 이사회 후보군 내 성별 다양성 확보를 위해 여성 후보자를 관리하고 있다. 차세대 여성리더 교육프로그램인 ‘하나 웨이브스(Hana Waves)’로 2030년까지 여성리더를 누적 300명까지 육성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는 2019년 지주사 체제로 처음 설립했다. 그해 1호로 ‘2018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2022 우리금융그룹 지속 가능성 보고서’에서부터 다양성·포용성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우리금융은 2030년까지 달성할 ‘그룹 성 다양성 목표’를 수립해 양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22년 6% 비율이던 여성 경영진 비율을 2030년까지 9%P 향상해 15%로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여성 경영진 경력개발 경로 개발과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로드맵과 여성 교육 특화 교육 운영과 직무 경험 기회를 확대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는 ESG 경영이 내부에도 있지만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 목표”라며 “금융권에서 DEI는 여성인재 육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권에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금융권 내부에서부터 움직이면 사회 전체적으로 양성평등이라던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양성 제고, 전문성 담보돼야”

김상경 사단법인 여성금융인네트워크 회장(한국국제금융연수원 원장)은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거래하고 있는 기업에 2025년까지 여성 이사 비율 정책을 40%로 조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미 40%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EI 정책은 소비자 선호도를 더 잘 알 수 있고, 다양성, 포용성, 형평성이 기업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온 만큼, 금융권을 비롯해 기업 DEI정책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여성 관리자 육성 계획은 더 이른 시일 내에 여성 관리자나 임원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주의 다양성을 제고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한 다양성 제고는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지주 이사회 다양성에 대한 고찰’ 보고서를 살펴보면 금융감독원이 은행지주 이사회의 다양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원칙과 세부 기준을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에 담았다는 점은 해외 감독 당국이나 일반적인 기업 지배구조 관련 지침과 부합하나, 다양성 제고의 목표가 다양성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영감독·경영의사결정에 있어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는 데 있다는 점을 명시하지 못했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권흥진 연구위원은 “금융지주나 기업의 이사회에서 다양성 제고는 ‘다양성’ 그 자체가 아니라 경영감독과 경영 의사결정에서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 주안점이므로, 다양성을 지나치게 추구하다가 전문성을 희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국내 ESG 공시제도 방안을 검토 중이고 앞으로 관계 부처·유관기관 등과 논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ESG공시 기준을 올 1분기 중으로 구체화할 전망이어서, 어떤 기준이 발표되느냐에 따라 추후 4대 금융지주의 지속경영보고서 내용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현재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외국에서는 ESG 경영 공시가 필수요소로, 다양성과 포용성과 관련해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반면 한국의 분위기상 ESG 경영에서 성별이나 인종 다양성을 언급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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