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2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DPU 컨퍼런스 행사에서 홍익표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장경태 의원, 양소영 전국대학생위원장, 홍 원내대표, 박용진, 고민정 의원. ⓒ뉴시스
지난 12월 22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DPU 컨퍼런스 행사에서 홍익표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장경태 의원, 양소영 전국대학생위원장, 홍 원내대표, 박용진, 고민정 의원. ⓒ뉴시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다양한 위원회를 집중 가동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심판론을 내세우는 민주당은, 내부 결속을 위해 지역-세대별 위원회 행사를 자주 연다. 현장에는 깃발이 나부낀다. 함성이 넘친다. 민주당의 뿌리위원회(과거 노인위원회), 청년위원회, 대학생위원회는 어느 때 보다 뜨겁다. 

다만 내부 단결을 넘어 일반 국민에게도 민주당을 찍겠다는 공감대를 넓히려면 필요한 것이 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국민 삶이 어떻게 나아질 것이냐는 점이다. 2024년 총선은 국가 의제를 다루는 국회의 구성원을 뽑는 선거이다. 이에 거대 정당들이 제시할 ‘대한민국의 모습’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대통령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가 청년 마음을 잡고 다음 대선까지 흐름을 이어가려면, 그들이 살아갈 나라의 상을 총선에서부터 보여줘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 12월 22일 열린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컨퍼런스는 이재명 대표가 주목할 만 하다. 행사에서는 ‘갈등을 넘어 공존으로, Make it Change’ 라는 주제로 정견발표가 이어졌다. 그런데 그 의제를 다루는 시야가 매우 넓다!

연사들은 정치, 사회, 경제 등을 주제로 ‘지역균형발전’ ‘저출산(저출생) 및 병력문제’ ‘노동’ 등을 짚었다. 기성 정치권이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를 외면하면서 직무유기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대학생들은 청년이 겪는 고통, 국가적 과제를 직시하고 있었다.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현실 (수도권 집중 심화, 지역 소멸 위기) △처음 취업한 회사가 평생을 결정할 것 같아 대기업 입사에 실패하고도 또 지원하게 되는 딜레마 (대중소기업 격차, 실업, 노동 문제) △대학생위원회가 반성해야 할 점, 앞으로 집중해 다루어야 할 시대적 담론과 대안 모색 등이다. 

직업 덕에 다양한 정당 행사에 참여하거나 심사위원을 했던 필자는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다. ‘그래! 대한민국 제1당의 정치조직이라면 이러해야지!’ 

정당의 위원회는 단순한 친목조직이 아니다. 국민을 대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모임이어야 한다. 더구나 중앙당 차원의 전국조직이라면, 그 위상에 맞는 의제를 다루어야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학생위원회의 정견 발표는, 청년 대다수가 겪는 고통을 관통하는 저출산, 노동, 지역균형발전 의제를 다루는 점에서 돋보였다. 

연사인 양소영 전국대학생위원장, 김국민 조선대 겸임교수, 장한솔 성균관대 캠퍼스지부장, 박채은 부산시당 대학위 홍보국장, 김민주 충남도당 대학생위원장, 이지오 부산시당 대학생위원장. 이들의 이름을 굳이 기록한 것은 박수를 보내고 싶어서다.   

대학생위원회 컨퍼런스에서는 젊은 세대에 대한 편견과 근본 구조를 꼬집는 쓴소리도 나왔다. ‘쇳밥일지’의 저자 천현우 작가는 초청 연설을 통해 이렇게 반문했다. 

“청년 실업률은 치솟고 ‘쉬었음’ 청년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왜 나라가 이 지경일까. 청년들이 처음부터 고액 연봉, 안정적 고용을 원해서일까? 배가 불러서 힘든 일 안하고 편하게 앉아서 하는 일만 원해서일까? 아니라는 결과를 다들 알거다.”

그는 대한민국 노동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노동 의제를 외면하고 어떻게 청년의 삶을 바꾸고 희망을 줄 것인지에 대한 비판이다. 

실제 청년들이 겪는 고통은 기성세대가 만들거나 방치한 구조의 결과물이다. 기성세대는 책임을 지고 정책 대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고, 청년들도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젊은 정치인의 정치 참여는 확대되어야 하나, 정당에서 기본 문제를 외면하고 깜짝 발탁한 ‘얼굴’만을 내세우면서 2030세대 표를 가져오라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하고 무리한 요구이다.  

정당이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젊은 후보를 몇 명 내세우면, 청년 유권자들이 그들을 신뢰하고 찍어줄까? 자잘한 지원책으로 저출산이 해결되고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질까? 이런 점에서 대학생위원회가 큰 의제를 다루고 ‘공존’이란 화두를 던진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이재명 대표는 거대 정당의 대표이다. 다음 대선에서 다시 뛸 확률도 높다. 그러기에 그가 ‘우리가 살고 싶은 대한민국을 만들자’며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필수 과제이다. 더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다음 총선-대선을 가를 핵심 유권자 집단으로 2030세대를 꼽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기성세대는 물론 대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담대하게 국가적 의제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객원교수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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