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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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일반인을 납치해 감금·강제노역·암매장 등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의 국가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는 21일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총 20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는 피해자 26명에 대해 8000만원~11억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배상 금액은 수용기간 1년당 8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재판부는 형제복지원의 설립 근거가 된 박정희 정권 내무부 훈령과 관련해 "명확성과 과잉금지,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하기에 위헌·위법적인 훈령이라는 판단"이라며 "이에 따라 원고들이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된 부분 역시 위법적 조치"라고 판시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20일 형제육아원 설립 때부터 1992년 8월20일 정신요양원이 폐쇄되기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한 사건이다.

부산 북구에 위치했던 형제복지원은 1975년 박정희 정권이 부랑인 단속 및 수용을 위해 제정한 내무부훈령 410조에 의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형제복지원은 1960년부터 1992년까지 운영됐는데,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입소자는 총 3만8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자 수는 기존에 알려진 552명보다 10여명 늘어난 657명으로 집계됐다.

형제복지원에서는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장애인·고아 등 일반인들을 납치해 불법감금·강제노역·성폭행 등 반인륜적 범죄 행위가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암매장을 자행하는 등 철저히 은폐됐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법원에 수차례 정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에 의한 총체적인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알려진 이후 처음으로 국가의 책임을 공식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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